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의 전방위적인 안보 위협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거시적인 전략 공포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국민의 일상과 생존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휴전선 너머에 포진한 재래식 포병 전력이다.
당장 내 집 앞마당에 포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 서늘한 공포는 자연스럽게 2010년 11월 민간인이 거주하는 한국 영토가 무차별 공격을 받았던 연평도의 아픈 기억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날 청와대와 군 지휘부, 미국 사이에서 빚어졌던 숨 막히는 보복 타격의 딜레마는 현재의 안보 상황에도 고스란히 유효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전수칙 뛰어넘어 때려라” 멈춰 섰던 전투기 공습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남북 간 긴장이 임계점에 달했던 2010년 11월, 북한은 연평도를 향해 170여 발의 방사포와 해안포를 쏟아부었다.
한국군은 즉각 K9 자주포로 80여 발의 대응 사격에 나섰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분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호하고 강경했다.
백 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군의 의무라며 몇 배의 화력으로 막대한 응징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급기야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주문하며 북한 해안포 진지를 향한 F-15K 전투기의 공대지 폭격까지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국지전이 한반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폭격 명령은 끝내 실행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정치적 응징 의지와 냉혹한 군사 시스템의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힌 결과였다.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공격적인 비대칭 보복 계획이 자칫 통제 불능의 확전 사다리가 될 것을 깊이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 수뇌부가 다급하게 한국을 만류했다.
한국군 내부적으로도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유엔사 교전규칙의 비례성 원칙, 미군과의 사전 협의 절차, 그리고 출격한 F-15K 전투기들의 공대지 무장 탑재 지연 등 복합적인 한계가 맞물렸다.

결국 사태는 북한 진지에 대한 포격 수준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최고통수권자의 폭격 지시마저 제어당한 이 사건은 동맹의 확전 통제 구조가 가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기동 포병의 등장, 다시 묻는 ‘보복의 한계선’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의 포병 위협은 한층 더 까다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최근 북한이 전격 공개한 신형 155mm 자주포는 과거 연평도를 때렸던 낡은 갱도형 포병과는 완전히 다른 궤를 그린다.
고정된 진지에서 쏘고 숨어 반격을 기다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든 전방으로 이동해 짧게 사격한 뒤 다시 위치를 감추는 기동형 전술로 거듭났다.

특히 사거리가 60km로 늘어나면서 휴전선 인근에서 서울 외곽과 서북도서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한국군의 대포병 탐지 레이더와 K9 자주포를 주축으로 한 대화력전 체계가 작동하기도 전에 치고 빠지는 변칙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제원의 향상이 아니라, 반격과 응징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북한이 다시 수도권이나 서해 5도에 포탄을 떨어뜨린다면 한국군은 단독으로 어디까지 보복 타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인가.

맞으면 즉각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는 응징론과 전면전 발발을 막아야 한다는 확전관리론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와 맞물려 더욱 민감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막강한 보복 역량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그 역량을 어느 선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결정하는 동맹 간의 정교한 룰 세팅이 시급하다.
연평도 상공을 맴돌며 폭탄을 투하하지 못했던 F-15K의 딜레마는 결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안보 숙제다.




















우리 기자님은 소설가 하자. 아무거나 싸지르는 게 노벨문학상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