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또 한 번 파격적인 신차를 내놓았다.
중국 체리(Chery)자동차가 자사의 상용차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정통 오프로더 성향을 극대화한 신형 픽업트럭 ‘릴리 R08 프로(Rely R08 Pro)’를 공식 출시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힘라(Himla)’라는 이름으로 토요타 하이럭스 등을 정조준하는 이 차량은, 수백만 원 상당의 오프로드 튜닝 부품을 공장 출고 상태로 기본 탑재해 국내 픽업 매니아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고 있다.
스노클과 AT 타이어가 ‘기본 사양’
R08 프로의 가장 큰 무기는 거친 환경을 달리기 위해 작정하고 설계된 강력한 하드웨어다.

파워트레인은 1,5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수부터 무려 42.8kg.m(420N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2.3리터 디젤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독일 명품 변속기로 불리는 ZF 8단 자동변속기와 보그워너(BorgWarner)사의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맞물려 기계적인 신뢰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흔드는 대목은 기본 옵션의 구성이다.
강을 건널 때 엔진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스노클(Snorkel), 진흙길을 돌파하는 AT(올터레인) 타이어, 그리고 험로 탈출의 핵심인 전륜과 후륜 디퍼렌셜 락(차동기어 잠금장치)이 별도의 애프터마켓 튜닝 없이 출고 상태 그대로 제공된다.

또한, 접근각 34도, 이탈각 29도, 최저지상고 230mm라는 기하학적 수치는 어지간한 바위 지형이나 급경사에서도 차체 바닥이 긁히지 않는 압도적인 주파력을 보장한다.
렉스턴 칸·타스만과 붙여본 결과
이처럼 튜닝이 필요 없는 R08 프로의 상품성은 국산 픽업트럭들과 비교할 때 가성비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R08 프로의 중국 내 시작 가격은 한화 기준 약 2,500만 원 안팎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시장의 절대 강자인 KGM 렉스턴 스포츠 칸(3,140만 원 시작)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최근 화려하게 데뷔한 기아 타스만(약 4,000만 원)이나 수입 픽업의 대명사 쉐보레 콜로라도(7,279만 원)와 비교하면 ‘반값’에 가까운 충격적인 금액이다.

특히 국산 픽업을 구매한 뒤 오프로드용 서스펜션을 올리고 AT 타이어와 스노클을 개별적으로 장착하려면 최소 300만~5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R08 프로의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경쟁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내부 역시 투박하지 않다. 퀄컴 8155 칩셋으로 구동되는 15.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레벨 2 자율주행 보조와 360도 서라운드 뷰 등을 쾌적하게 지원해 일상적인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상용차에서 가장 중요한 ‘내구성과 정비 편의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 앞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화물 적재나 캠핑용으로 가혹하게 굴려야 하는 픽업트럭의 특성상 고장 시 전국 어디서나 빠르게 부품을 수급받을 수 있는 KGM이나 기아의 압도적인 AS 네트워크를 중국 브랜드가 단기간에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튜닝비 절감이냐, 속 편한 정비냐

결국 저가형 중국산 픽업트럭의 성패는 초기 구매 비용과 장기적인 유지보수 사이의 저울질에 달려 있다.
수백만 원의 튜닝비를 아끼고 순정 상태로 강력한 오프로드 캠핑을 즐기다 교체할 목적이라면, R08 프로의 빈틈없는 기본 사양은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짐을 싣고 매일 험난한 현장을 누벼야 하거나, 잔고장 스트레스 없이 10년 이상 차를 믿고 타고 싶다면, 초기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뼈대 굵은 렉스턴 스포츠 칸이나 타스만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속 편하고 안전한 투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