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후 문 열었는데 뒤차가 ‘쾅’…” 억울해도 보험사는 “고객님 과실 80%”
도로 위 흔한 ‘개문사고’…문 연 사람이 불리한 ‘주원인 제공’
“상대 과속 입증 못하면 뒤집기 어렵다”…’더치 리치’ 습관이 해법

“편의점에 잠깐 들르려고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사이드미러로 볼 땐 뒤차가 멀리 있었거든요.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뒤따라오던 차가 문짝을 들이받았어요. 당연히 뒷차 잘못이라 생각했는데, 보험사는 제가 ‘가해자’랍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34)의 억울한 사연이다. A씨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당한 사고라며 상대방의 100% 과실을 주장했다.
하지만 며칠 뒤 받아든 과실 비율 안내장은 충격적이었다. ‘본인(문 연 차) 80 : 상대방(충격한 차) 20’. 졸지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 A씨. 보험사의 이 야속한 계산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문 연 사람이 죄인?”… 보험사의 냉정한 논리
일반적인 운전자의 상식으로는 “가만히 서 있는 내 차를 움직이는 차가 와서 받았으니 100:0″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도로교통법과 손해보험협회의 과실 비율 인정 기준은 정반대다.

핵심은 ‘주의 의무’다. 도로교통법 제49조는 ‘운전자는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도로 위에 예기치 못한 장애물(열린 문)을 만든 사람에게 사고의 주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기본 과실은 통상 ‘개문차(문 연 차) 80 : 추월차(부딪친 차) 20’에서 시작한다. 만약 뒤차가 오토바이나 자전거였다면 ‘약자 보호 원칙’이 적용되어 문을 연 운전자의 과실이 90%까지 치솟기도 한다.
100:0 뒤집기? “입증의 영역은 험난하다”
물론 억울한 경우도 있다. A씨 주장처럼 “문을 이미 열어놓고 내리려는데 뒤차가 와서 박은 경우”나 “뒤차가 제한속도를 훨씬 넘겨 과속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통해 ▲문이 완전히 열린 후 충돌까지의 시간 ▲상대 차량의 과속 여부 ▲상대방이 피할 수 있었던 공간적 여유 등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증명해야 한다.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문이 열리는 순간과 충돌 순간이 거의 동시라면, 뒤차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으로 간주되어 문을 연 사람 과실이 100%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싼 수업료 내기 싫다면”… ‘더치 리치’를 기억하라
결국 개문사고에서 ‘100:0 피해자’가 되는 길은 거의 없다. 사고가 나는 순간, 최소 80%의 책임을 떠안고 내 차 문짝 수리비에 상대방 차 수리비, 심하면 상대방 치료비까지 물어줘야 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더치 리치(Dutch Reach)’다. 자전거의 천국 네덜란드에서 유래한 이 방법은, 차 문을 열 때 ‘문과 먼 쪽 손(운전석 기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상체가 돌아가며 시선이 사이드미러와 후방을 향하게 된다. 1초의 습관이 수백만 원의 과실 폭탄을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