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속도가 변하면 차를 고르는 눈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화려한 디자인이나 첨단 옵션보다, 이제는 삶의 무게에 걸맞은 유지비와 실용성이 먼저 기준이 된다.

올해 말 현재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40·50대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흐름이 읽힌다. 최신 전기차도, 전통적인 내연기관도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이 구매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는 점이다.

SUV와 세단을 가리지 않고 하이브리드 모델로 수요가 결집되는 양상이다. 구매 상위권을 보면 1위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2위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3위는 싼타페 하이브리드다.

크면 연비는 포기?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바꾼 공식

이 변화의 배경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이 자리 잡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은 기본이고 자녀의 이동 지원, 연로하신 부모님의 병원 동행, 주말 가족 나들이까지 차량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전기차는 효율적이지만 충전 환경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기존 주유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연료비 부담을 크게 낮춘다. 번거로움은 줄이고 체감 효율을 높이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서 있다. 압도적인 차체 크기만 보면 연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실제 주행에서의 인상은 전혀 다르다.

넉넉한 적재 공간과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연료비 부담은 예상보다 훨씬 적다. 가족 단위 이동이 잦거나 캠핑 등 레저 활동이 많은 4050 운전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유독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가격·공간·유지비의 균형점, 그랜저·싼타페 하이브리드가 뜨는 이유

세단의 안락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그랜저 하이브리드로 눈을 돌린다. 특유의 정숙함과 여유로운 실내는 이미 검증된 강점이었고, 여기에 뛰어난 효율성까지 날개를 달았다.

평일에는 업무용으로 품격을 지키다가도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타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적인 비즈니스와 사적인 생활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차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속을 중시하는 수요는 싼타페 하이브리드로 흡수되고 있다. 차체 크기 대비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며, 일상 주행에 최적화된 성능과 연비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구매 가격과 실내 공간, 유지 비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전동화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기의 특징’으로 해석한다. 완전한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심리적 거부감과 현실적 불편함을 동시에 해결하는 최선의 대안이 바로 하이브리드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현장의 수요를 즉각적으로 반영한 움직임이다. 당분간 4050 소비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시장의 흐름을 차분히 지켜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