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자동차 시장의 수입차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호주연방자동차산업회의소(FCAI)가 발표한 2026년 2월 신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만 2,362대의 차량을 호주로 수출하며 2만 1,671대에 그친 일본을 제치고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이는 1998년 이후 무려 28년 동안 호주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일본의 철옹성이 무너진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배경에는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대변되는 친환경차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호주는 자국 내 자동차 제조 공장이 없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를 띠고 있다.
관세 장벽이 없는 환경 속에서 BYD, 창청자동차(GWM), 체리(Chery)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첨단 기술을 앞세워 호주 소비자들의 선택을 빠르게 흡수하는 추세다.
실제로 BYD의 경우 연초 두 달 동안 판매량이 160% 이상 급증했으며, 2020년 이후 호주 시장에 진출한 신규 자동차 브랜드 10곳 중 9곳이 중국 생산 기반을 두고 있을 만큼 그 확장세는 폭발적이다.
중국차 돌풍 속 기아 4위·현대차 5위…치열한 방어전
중국발 전동화 공세가 거센 가운데,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 역시 상위권에서 점유율 사수를 위한 치열한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2026년 2월 기준 호주 내 브랜드별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도요타가 1만 3,606대로 1위를 수성한 가운데 마쓰다와 포드가 그 뒤를 이었다.
기아는 6,710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고, 현대자동차는 6,266대로 5위에 안착하며 나란히 톱 5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을 출발지로 하는 수입 물량 역시 1만 1,913대를 기록하며 전체 수입국 4위라는 견고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들의 개별 모델 약진은 한국차에 분명한 변수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체리자동차의 ‘티고 4 프로’가 2월 한 달간 2,315대 팔리며 전체 베스트셀링 모델 3위에 오르는 등, 세그먼트를 가리지 않는 중국차의 점유율 잠식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산으로 중국차 잡는다”…현대차의 반전 카드 ‘엘렉시오’
이에 맞서 현대차는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 전략을 일부 수정하고 호주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동화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차는 그동안 호주 시장에서 아이오닉 시리즈를 선보였으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는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에 밀려 전기차 부문에서 다소 고전해 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지목된 것이 바로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지 맞춤형 전기 SUV ‘엘렉시오(Elexio)’다.

올해 초 호주 시장 진출을 확정한 엘렉시오는 기아 EV5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중형 전기차로, 테슬라 모델 Y와 BYD의 주력 모델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엘렉시오는 27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넉넉한 적재 공간 등 철저히 패밀리카 수요를 겨냥해 설계되었으며,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서구권 시장으로 역수출하는 과감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는 중국 브랜드의 최대 무기인 ‘원가 경쟁력’을 현대차도 현지 생산으로 확보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나·투싼 등 주력 모델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며 수익성 방어에도 힘을 싣고 있다.
28년 만에 수입국 1위가 뒤바뀐 거대한 시장 격변기 속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역이용하는 현대차의 유연한 맞불 전략이 호주 시장의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