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자보호한도가 25년 만에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여윳돈을 굴리는 금융소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보호 한도에 묶여 여러 은행으로 자금을 분산해야 했던 불편함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8000만 원의 여윳돈이 있는 경우, 과거에는 5000만 원 초과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두 곳 이상으로 쪼개서 예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예금자보호만 놓고 보면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한 곳에 전액을 예치하더라도 법적 보호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된다.

만약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차이가 1.5%포인트라고 가정할 경우, 8000만 원을 저축은행 한 곳에 집중하면 연간 약 120만 원의 이자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혜택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도가 올랐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축은행에 몰빵해도 된다”는 식의 조언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몰빵” 조언의 함정…’원금+이자’ 합산 1억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몰빵” 조언에 상당한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1억 원이라는 한도가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모두 합친 금액이라는 사실이다.

원금만 1억 원을 꽉 채워 예치했다가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그동안 쌓인 이자는 한 푼도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만기 시 받게 될 이자까지 고려해 원금을 9000만 원대 초중반 선으로 맞추는 것이 안전한 투자 방식이다.
또한,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며, 금융회사 파산 시 일반 채권자들과 함께 법원의 파산 절차를 거쳐 남은 자산을 비율대로 배당받아야 하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예금 지급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에서 가지급금을 지급하더라도 전체 금액을 당장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긴급하게 필요한 자금은 시중은행 등에 분산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호 안 되는 상품 따로 있다…펀드·ELS 주의
가장 치명적인 오해는 모든 금융상품이 1억 원까지 보호된다는 착각이다. 예금자보호법은 기본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투자 실적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은 보호 대상에서 엄격하게 제외된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한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후순위채권 등이 대표적인 비보호 상품이다.

보험 상품의 경우에도 변액보험의 주계약 중 최저보증이 없는 실적배당형 부분은 보호받지 못한다.
최근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은 퇴직연금(DC형, IRP)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일반 예금과 별도로 1억 원의 보호 한도가 적용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는 금액에만 해당한다.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펀드나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