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땅 파고 벽돌 쌓을 때… 지리는 포드와 손잡고 ‘지름길’ 뚫었다
공장 건설비 ‘0원’… 기술 주고 생산라인 빌리는 ‘봉이 김선달식’ 유럽 침공
‘Made in Germany’ 날개 단 중국차… 정공법 택한 한국차 가격 경쟁력 ‘빨간불’

자동차 공장 하나를 짓는 데는 통상 2조 원 안팎의 천문학적인 자금과 부지 선정, 인허가, 건설까지 최소 4년의 시간이 걸린다. 현대차와 기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쏟아부은 피땀 어린 시간들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단숨에 건너뛰고, 심지어 ‘돈 한 푼 안 쓰고’ 유럽 생산 기지를 확보한 중국 기업이 나타났다.
바로 지리자동차(Geely)다. 맨땅에 헤딩하며 성실하게 탑을 쌓아 올린 한국 완성차 업계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벽돌 한 장 안 쌓고 ‘유럽산’ 획득… 기막힌 가성비 전략
최근 외신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포드(Ford)의 독일 쾰른 공장 등을 빌려 자사 전기차를 생산하는 협상을 마무리 단계에서 조율 중이다.

이 거래의 핵심은 ‘비용의 실종’이다. 지리자동차는 공장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현금 투자 대신, 자사가 보유한 ‘소프트웨어(자율주행 기술)’를 포드에 제공하는 것으로 대가를 치른다.
현대차가 수조 원을 대출받아 공장을 짓고 감가상각비를 걱정할 때, 지리자동차는 이미 지어진 남의 공장에 기술 파일 하나 넘겨주고 입주하는 셈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0’에 수렴하니, 차량 가격을 파격적으로 더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현대차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불공정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관세 장벽은 종이 호랑이였나… 허무하게 뚫린 EU
유럽연합(EU)이 중국차를 견제하기 위해 세운 관세 장벽도 무용지물이 됐다.

지리자동차가 포드 독일 공장에서 차를 찍어내는 순간, 이 차는 법적으로 ‘독일차(Made in Germany)’가 된다.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와도 최종 조립지가 독일이면 원산지는 독일이다. 당연히 EU가 중국산에 매기는 18.8%의 징벌적 관세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차의 최대 약점인 ‘품질 신뢰도’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독일 포드의 숙련된 장인들이 조립한 차”라는 마케팅 포인트는 유럽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치트키가 될 전망이다.
“정직하게 투자한 게 죄인가”… 속 타는 현대차·기아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현대차그룹의 ‘정공법’이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공장 설립, 대규모 고용 창출, 사회 공헌 등 ‘모범생’ 전략으로 유럽 시장에 뿌리내렸다. 하지만 지리자동차는 포드라는 ‘숙주’를 활용한 기생 전략으로 시간과 비용을 모두 아끼며 현대차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리의 방식은 공수부대를 투입해 깃발을 꽂은 격”이라며 “유럽산 저가 중국차가 쏟아지면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