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민간 단체에 지원하는 세금 기반 국가보조금이 부실한 관리·감독 속에서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와 남북 관계를 다루는 통일부의 국고보조금 사업에서 뻥튀기 정산과 절차 위반이 무더기로 쏟아지며 체면을 구겼다.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통일부 보조사업에서 적발된 부적정 집행액은 6,000만 원을 넘어선다.
서류만 맞으면 그만… 구멍 뚫린 보조금 정산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보조금이 해마다 꾸준히 새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연도별 부적정 집행 적발 규모를 살펴보면, 2022년 약 700만 원 수준이던 금액은 2023년 2,300만 원대, 2024년 2,900만 원대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5년 들어 50만 원대로 급감하긴 했으나, 이는 연도별 감사 대상 단체의 숫자와 사업 규모의 편차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4년간의 감사에서 지역통일교육센터 4곳, 선도대학 2곳 등 총 8곳의 단체가 두 번 이상 중복으로 적발되는 등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지출 서류만 맞으면 사업을 전혀 하지 않고도 정산이 통과된 사례다.

지난 2022년 한 민간 단체는 DMZ 인근 도보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며 구간별로 보조금을 교부받았다. 통일부는 이 단체가 제출한 실적보고서만 믿고 지출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이자만 반환받고 정산을 마쳤다.
하지만 추후 확인 결과, 해당 사업은 아예 수행조차 되지 않았으며 결과물도 전무했다. 결국 통일부는 2년이 지난 2024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2,800만 원가량을 국고로 환수 조치하는 촌극을 벌였다.
탁상행정이 갉아먹은 통일 정책의 신뢰도
어처구니없는 행정 오류는 사업비를 엉뚱한 곳에 쓰는 것을 넘어, 단기 근로자들의 유리지갑을 터는 일로도 이어졌다.
2023년과 2024년 보조사업을 수행한 일부 단체들은 월급 106만 원 미만의 단기 알바생들에게 부과되지 않아야 할 8.8%의 기타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통일부는 뒤늦게 소득세 대상자가 아닌 근로자들에게 부당 징수된 금액을 반환하라는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 밖에도 일반경쟁 입찰을 거쳐야 할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슬쩍 넘기거나, 강사료를 기준과 다르게 지급하는 등 주먹구구식 행정이 곳곳에서 적발됐다.
이러한 국고보조금의 부실 관리는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 부처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통일부 보조금은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대북 인도적 지원, 통일 교육 등 공익성이 매우 강한 분야에 투입된다.
예산 집행 과정에 틈이 생기고 일부 단체의 배 불리기에 악용된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전반적인 통일 정책의 동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