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군사 충돌이 에너지 인프라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직접 타격한 데 이어, 이란이 카타르의 핵심 LNG 시설로 보복에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한때 6% 이상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을 돌파했다. 뉴욕 증시도 동반 하락하며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3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카타르를 추가 공격하면, 이스라엘의 도움이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날려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사상 첫 에너지 생산시설 직접 타격
이번 공격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선다. 이스라엘은 이란 남서부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3·4·5·6 광구와 아살루예 파르스 특별경제에너지단지(PSEEZ) 천연가스 정제시설을 폭격했다.
과거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은 테헤란 연료 탱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란 국내 가스 소비량의 70%를 공급하는 핵심 생산 시설을 직접 겨냥했다. 군사 목표를 넘어 경제 기반을 파괴하는 ‘경제전쟁’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한 뒤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세계 LNG 20% 거점 카타르까지 불길에 휩싸이다
이란의 보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이란 공격으로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지역 LNG 시설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라스라판은 글로벌 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세계 최대 LNG 생산·수출 거점이다.
3월 19일 새벽에는 이란의 추가 공격으로 카타르 LNG 시설에 광범위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사우스파르스와 카타르 노스필드는 같은 가스전 구조를 공유하며, 이 일대에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가 매장돼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지대 두 곳이 동시에 전쟁터가 된 셈이다.
이란이 카타르를 타격한 데는 단순 보복 이상의 맥락이 있다. 카타르와 이란은 같은 가스전을 공유하지만, 카타르의 개발량이 이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누적된 생산량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이번 보복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이중 메시지’…시장 안정은 일단 성공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강경 경고와 긴장 완화를 동시에 담은 이중 전략이다. 그는 “이란이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사우스파르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도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상호 자제를 촉구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발언 이후 급등하던 국제유가가 상승 폭을 줄이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경고가 단기적 시장 안정 신호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스파르스 타격이 회생 불가 수준의 피해를 입혔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LNG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라스라판까지 손상된 상황에서 에너지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이번 사태는 중동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군사 충돌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한 만큼, 카타르 등 걸프 지역 제3국의 안보 불안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