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무기 사 가더니 “우려가 결국 현실로”…이례적 상황에 전 세계 ‘긴장 고조’

폴란드, 러시아 드론 격추하며 첫 군사 대응
17조 원어치 K-방산 무기 시험대 오르나

2년 전부터, 한국에 17조 원이 넘는 규모의 무기를 주문했던 폴란드가 마침내 방아쇠를 당겼다.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 드론을 전투기로 격추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군사 자산을 직접 타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설마’ 했던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유럽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나토의 방아쇠, 폴란드가 당겼다

사건은 10일(현지시간) 발생했다. 폴란드군은 자국 영공으로 진입한 러시아 드론들을 향해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폴란드 군 당국은 “우리 국민의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명백한 공격 행위”라고 러시아를 강력히 비난했다.

사태 직후 폴란드 최대 관문인 바르샤바 국제공항이 즉시 폐쇄됐고, 군은 잔해 추락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자택 대피령을 내리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나토 사령부 역시 “위협이 될 수 있는 물체는 무력화됐다”고 확인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유럽 전체에 극도로 위험한 선례”라고 경고하며, “강력한 대응이 없다면 러시아는 더 큰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국제 사회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동안 서방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무력 사용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하지만 폴란드가 그 금기의 선을 넘으면서, 유럽의 안보 지형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수백 년 묵은 원한…폴란드는 왜 ‘최전선’을 자처했나

폴란드가 이처럼 강경한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수백 년간 이어진 러시아와의 피맺힌 악연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폴란드는 러시아에 의해 수차례 침공당하고 국토를 분할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18세기에는 지도상에서 나라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소련군에 의해 수많은 폴란드 장교와 지식인들이 학살당한 ‘카틴 숲 학살 사건’을 겪었고, 전쟁 후에는 수십 년간 소련의 위성국가로 편입돼 민족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는 폴란드인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적대감을 심어주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폴란드가 누구보다 앞장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나토의 ‘최전선’을 자처하며 군비 증강에 나선 이유다.

K-방산의 시험대, 17조 원의 무기들

앞서, 폴란드는 2022년부터 K-2 흑표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로켓 등 17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한국산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폴란드가 사들인 무기들은 빠른 공급과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실전을 치른 경험은 없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전 세계의 시선은 폴란드에 배치된 한국산 무기들로 향하고 있다. 폴란드가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K-방산은 가장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