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해 11월 공군절 기념식에서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과 악수하며 군부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부녀가 참관한 갈마비행장에서는 안옥경·손주향이 직접 전투기를 몰며 시범비행을 펼쳤고, 조선중앙TV는 이 장면을 대대적으로 방영했다. 북한군 핵심 전력인 공군에서 여성 조종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여성들의 존엄을 안고 임무수행에 충실하기 바란다”며 여군들을 각별히 격려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격려가 아닌, 4대 세습 체제에서 여성 최고 지도자 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으로 분석한다. 최고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 바로 군 통수권이다.
북한은 최근 각계에서 여성의 활약상을 조명하는 보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조선신보는 이달 9일 김일성종합대학 강분이 연구사를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박사로 소개했고, 지난달에는 20살 여성 무궤도전차 운전사의 생애를 집중 조명했다.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 수상자가 된 최련 박사 부교수 사례도 대내외에 적극 알렸다.
북한군 역사상 최초, 여성 전투기 조종사 전면 배치

북한군에서 여성이 전투 병과, 특히 공군 조종사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북한군은 여성을 통신·의무·행정 등 후방 지원 분야에만 배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공군절 행사에서는 여성 조종사 2명이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전투 병과에 여성을 투입하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선전용 인력 양성인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객원연구원은 “여성 지도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부각할 필요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애가 군사 행사에서 여군과 직접 교감하는 장면을 부각시킨 것은, 향후 군 통수권자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군부 핵심 요직, 여성 인사 확대 추세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군 및 당 고위직의 여성 진출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백두혈통’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필두로, 외무상 최선희, 의전 총괄 현송월 부부장 등이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특히 김정순을 노동당 근로단체부장에 임명한 것은 전문부서장급에 여성을 기용한 이례적 사례다.
코로나19 대응 시기에는 오춘복을 보건상으로 발탁했다. 북한이 방역을 ‘국가방역비상방역체계’로 격상하며 군사 작전 수준으로 관리한 점을 고려하면, 여성을 위기 관리 핵심 보직에 배치한 것은 신뢰도 제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통일연구원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5’에도 “김정은 집권 이후 정치적,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진출이 다소 증가했다”는 탈북민 증언이 실렸다.
주애 후계 구도, 군부 장악력이 관건

북한에서 여성 최고 지도자 등장 가능성은 현실화되고 있다. 김주애는 여러 차례 김정은과 동행하며 공개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군사 행사 참석 비중이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군사 전문가들은 주애의 후계 구도 안착 여부가 군부 장악력에 달렸다고 본다. 북한은 ‘선군정치’ 이념 아래 군부가 권력 핵심이며, 최고 지도자는 국무위원장이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을 겸한다.
여성이 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군부 내 거부감을 해소하려면, 여성의 군 내 위상을 높이고 실전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여성 조종사 배치, 고위직 여성 인사 확대, 매체를 통한 여성 성과 부각 등 다층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성평등 정책이 아닌, 4대 세습 체제에서 김주애의 군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치밀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여성 띄우기’를 통해 군사 강국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권력 승계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