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2025년 15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6년에는 20조원 돌파 전망까지 나온다. 2016년 기록(12조원)을 25%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산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석유화학·철강 업계는 “전기요금 폭탄에 수익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반발한다. 사상 최대 실적과 산업계 비명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18일 연합인포맥스가 증권사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한전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조36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대비 79.76% 급증한 수치다.
2025년 4분기만 3조5천211억원을 벌어들여 전년 동기 대비 45.56%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영업이익을 19조7천억원으로 전망했고, 일부 전문가는 20조원 돌파 가능성까지 점쳤다.
하지만 이 호실적 뒤에는 복잡한 배경이 숨어 있다. 한전은 2021~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47조8천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연료가격이 폭등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2023년 3분기에야 10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지금의 실적은 그간의 손실을 회수하는 과정이라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15조 실적의 비밀, 연료비와 요금 인상의 조합

실적 개선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국제 연료가격 안정이다. 2025년 11월 이후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100~110원대를 유지했다. SMP는 LNG 발전 원가가 90% 이상 영향을 미치는데,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발전 원가가 크게 낮아졌다.
신한투자증권 최규헌 연구원은 “연평균 에너지 가격과 SMP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 19조7천억원 달성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둘째, 전기요금 인상 누적 효과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요금은 7차례에 걸쳐 약 70% 올랐다. 특히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에는 주택용은 동결하고 산업용만 선택적으로 인상했다.
현재 산업용 요금은 kWh당 185.5원으로, 주택용(149.6원)보다 24% 비싸다. 일반용(168.9원)과도 차이가 크다. 매출이 4.55%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이 79.76% 급증한 배경에는 이런 요금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OECD 유일 현상,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비싸다

문제는 이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OECD 회원국 중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통상 산업용은 대량 사용으로 원가가 낮아 요금도 저렴한 게 일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 원가가 주택용보다 낮은데 요금이 더 비싼 건 명백히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석유화학·철강 업계의 타격이 크다. 이들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이미 어려운 상황인데,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쳤다.
국회는 K-스틸법, 석화지원법 등 산업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전기요금이라는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지 않으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무사들이 연말정산 절세 팁을 줘도 월급이 깎이면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26년 20조 시대, 요금 체계는 바뀔까

한전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2025년 6월 말 기준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6조2천억원에 달한다. 2025년 1~3분기에만 이자비용으로 3조2천794억원(하루 120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2024~2038년 송배전 설비 투자로 113조원이 필요하다. 15조원 실적이 나와도 재무 정상화까지는 먼 길이다.
정부와 한전은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도입해 낮 시간대 산업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더 나아가 시장원리에 따른 탄력적 요금 체계를 요구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해외는 연료가격 상승기에 요금을 올리고 하락기에는 내린다”며 “우리도 적기 반영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전 적자와 기업 부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26일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20조원 시대 진입 여부와 함께, 요금 구조 정상화 로드맵이 제시될지 주목하고 있다.
LS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2026년 원전 발전 비중 확대로 1·2·4분기 영업이익 3~5조원, 3분기 6조원대가 예상된다”며 “유가 안정 지속 시 실적 모멘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