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1년 전만 해도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으로 메모리 시장의 가격 협상 주도권을 되찾았다.
2026년 2월 12일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HBM4 가격은 약 700달러(약 100만원)로, 전작 HBM3E보다 20~30% 높게 책정됐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기술력 회복과 범용D램 가격 급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좌우할 ‘슈퍼을(乙)’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다. 범용D램 가격이 HBM 수익성에 근접하면서, 삼성전자는 더 이상 HBM 물량 확대만을 최우선 목표로 삼지 않는다. 대신 범용D램과 HBM의 생산능력(캐파)을 재조정하며 올해 최대 수익을 위한 정교한 계산에 들어갔다.
700달러 HBM4, 협상 테이블의 주인 바뀌다

삼성전자의 HBM4는 초당 13.6Gbps의 속도로 기존 대비 약 50% 향상됐으며, 전력 효율은 40% 개선됐다. 최대 48GB까지 탑재 가능하고 데이터 대역폭은 초당 3.3Tbps에 달한다. 송재혁 DS부문 CTO 사장은 “고객사 반응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월 중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양산 출하된 HBM4는 3월 16일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젠슨 황 CEO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을 소개하며 삼성전자를 언급할지 주목된다. 다만 올해 HBM4 공급을 요청한 빅테크는 아직 엔비디아 한 곳뿐이며, 구글과 브로드컴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HBM3E를 주요 제품으로 채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범용D램 99% 급등…전략의 분기점

삼성전자의 입장을 극적으로 바꾼 건 범용D램 가격의 폭발적 상승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용 범용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1% 상승할 전망이다. 서버용 DDR5 가격은 작년 4분기 76% 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 99% 상승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약 3배, 브로드밴드 장비 메모리는 거의 7배 가까이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D램의 수익성이 HBM보다 높아지면서 삼성전자도 범용D램 라인을 희생하면서까지 HBM4 물량을 최대치로 확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 성능 구현과 업계 최초 양산 출하로 HBM 경쟁력 회복을 입증했기 때문에 이젠 수익성 측면에서 신중하게 캐파를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HBM 매출 3배 성장…250조 영업이익 가능성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많은 캐파를 보유하고 있으며 범용D램의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다. 올해 전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며,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늘어나 작년 약 10조원에서 올해 3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D램뿐 아니라 낸드까지 전반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25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8년 평택 5라인을 HBM 핵심 거점으로 확정하며 장기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송재혁 사장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를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HBM4에 이어 HBM4E와 HBM5 등 차세대 제품에서도 업계 1위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올해 HBM 시장이 HBM3E 중심으로 흘러가되, 하반기부터 HBM4 수요가 본격화되며 메모리 3사의 본격적인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