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위대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날짜가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뼈아픈 조약 체결일과 정확히 겹치면서 동북아시아에 거대한 역사적 프레임 전쟁이 불붙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17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카즈치(Ikazuchi)함이 약 13시간 48분에 걸쳐 대만해협을 관통했다.
항행의 자유를 내세운 통상적인 작전으로 포장됐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고의적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한 공식 항의에 나섰다.
131년 전 치욕의 날에 맞춘 고도의 심리전
중국이 이번 사태에 극도로 격앙된 이유는 이카즈치함이 해협을 지난 4월 17일이 지니는 묵직한 역사적 상징성 때문이다.

1895년 4월 17일은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가 대만을 일본에 영구 할양하기로 서명한 치욕의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일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무장 함정이 정확히 131년 전 조약 체결일에 대만 앞바다를 유유히 지나간 것을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모욕을 재현하는 도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자위대의 대만해협 통과가 이례적인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점진적으로 루틴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9월 사자나미함의 사상 첫 통과를 시작으로 2025년 2월과 6월을 거쳐 이번이 벌써 4번째 관통이다.

어쩌다 한 번 지나가는 수준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매 분기 정기적으로 군함을 밀어 넣으며 중국의 인내심을 한계치까지 시험하고 있다.
해협 긴장 고조에 휩쓸리는 한국의 외교 딜레마
일본의 이 같은 거침없는 도발은 대만해협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한국 외교 안보에도 치명적인 불똥을 튀기고 있다.
해협에서의 잦은 무력시위는 좁은 바다에서 중국 군함과 일본 자위대 간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확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작은 마찰이라도 무력 충돌로 비화할 경우,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를 가동해 한국에 명확한 입장 표명과 연대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대만해협의 항행 자유에 대해 줄곧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한국 정부는 일본이 파놓은 동북아 역사 프레임 전쟁의 한복판으로 강제 소환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서방의 연대 요구에 부응할 경우, 사드 사태 당시를 뛰어넘는 중국의 가혹한 경제 보복과 핵심 수출입 공급망 차단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국 다카이치 내각이 던진 상징적인 대만해협 통과는 단순한 항행을 넘어 한반도를 미중 패권 대결의 최전선으로 옭아매는 고도의 지정학적 함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