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공무원의 글이 거센 논란을 불렀다.
SK하이닉스가 과거 산업은행을 통해 국민 세금으로 회생했으니, 이제 창출된 역대급 성과급을 전 국민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계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빗발치는 반도체 성과급 논란 청구서에 갇힌 고성장의 역설에 직면했다.
“세금으로 살렸으니 N빵?”… 선 넘은 청구서
일부 누리꾼과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주장의 핵심은 기업의 성장이 오롯이 기업만의 공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기업이 국가 인프라와 내수 시장, 나아가 위기 시 공적 자금의 혜택을 입고 성장한 만큼 그 과실을 사회 전체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2001년 유동성 위기 당시 채권단인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투입된 국세를 명분 삼아 최대 흑자의 성과 공유를 압박하고 있다. 호황이 찾아오자 과거의 지원을 ‘투자 지분’처럼 해석하는 셈이다.
여기에 막대한 성과급이 부동산 시장으로만 흘러가는 것을 막고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보상금 전액을 지역사랑상품권 같은 성과급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촌극도 벌어졌다.

실제 지난해 일부 지역 시의회에서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기업 성과급의 지역화폐 지급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산업계와 다수의 직장인은 이러한 요구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억지라고 반박한다.
위기 시 주주들이 감당해야 했던 막대한 손실과 투자 위험은 외면한 채, 호황기에만 성과를 공유하자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노조 40조 요구에 하청까지… 쪼그라드는 ‘미래 재원’
외부의 압박 못지않게 내부의 성과급 갈등도 기업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성과를 나누라는 요구의 주체와 명분은 갈수록 다양해지며 회사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양상이다.
당장 사내 노조는 막대한 현금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인 270조 원의 15%에 달하는 약 40조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지난해 순이익 10조 3,648억 원의 30%인 3조 원 이상을 내놓으라며 사측을 압박 중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업체 노동조합까지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을 거뒀으니 사내 정규직에게 수십 조를 풀라는 내부 노조의 압박, 같은 현장에서 일했으니 동일하게 보상하라는 하청 지회의 요구, 그리고 세금과 인프라로 컸으니 지역사회에 환원하라는 대중의 목소리까지 삼중고가 덮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익이 단순히 임직원 보상으로만 소모될 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인공지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익의 상당 부분은 연구개발과 대규모 시설 투자, 주주 환원 재원으로 쓰여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현금 요구가 한국 기업의 미래 기술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