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이 전세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한국 방산업계도 카운터드론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에스토니아 스타트업과 손잡고 차기 지휘 장갑차에 탑재할 카운터-UAS(무인항공기 대응)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2월 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World Defense Show 2026에서 체결된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한국 방산의 유럽 방위산업 진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의 미사일 전문기업 프랑켄부르그 테크놀로지(Frankenburg Technologies)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재 개발 중인 차기 지휘 장갑차에 카운터-UAS 시스템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김동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시스템 사업군 대표와 쿠스티 살름 프랑켄부르그 CEO가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양사는 플랫폼 통합 역량과 미사일 기술의 결합을 통해 “미래 전장의 드론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약에 따르면 한화는 차량 플랫폼 통합을, 프랑켄부르그는 유도미사일·발사기·사격통제 소프트웨어 개발을 각각 담당한다. 다만 재정 규모, 생산 일정, 시스템 수량 등 구체적 계약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소형 드론 요격, 지휘차 생존성의 핵심
차기 지휘 장갑차에 카운터-UAS를 우선 적용한다는 점은 전술적으로 의미가 크다. 지휘차는 전장에서 작전 지휘 및 통신 중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의 우선 타격 목표가 된다. 특히 소형 상업용 드론이 정찰·공격 수단으로 확산되면서, 지휘차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수백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 장갑차를 무력화시키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프랑켄부르그의 미사일 기술은 이런 소형·저속 드론을 근거리에서 요격하는 데 특화돼 있다.
에스토니아는 나토 동부 전선에 위치한 국가로, 러시아의 드론 위협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살름 CEO는 이번 협약을 두고 “개념 개발 단계에서 본격적인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의 전환”이라며, “글로벌 선도 기업인 한화와의 협력이 우리 기술의 성숙도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카운터-UAS 시장, 전 세계 방산업계 각축장
한화의 이번 협약은 글로벌 카운터-UAS 시장의 급격한 확장 속에서 이뤄졌다. 2026년 2월 현재, 주요 방산기업들은 드론 방어 시스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포템(Fortem)은 무인기 5대 대 5대 자동 요격 및 안전 포획 시연을 완료했고, 리투아니아의 오리진 로보틱스(Origin Robotics)는 BLAZE 요격 시스템 납품을 시작했다. 유럽의 마이디펜스(MyDefence)는 싱가포르에 거점을 설립하며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KNDS와 TYTAN Technologies는 2월 들어 드론 방위 협력 MOU를 새로 체결하는 등, 업계 전반에 카운터-UAS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드론 위협이 육·해·공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카운터드론 시스템은 이제 방산 수출의 필수 구성품이 됐다”고 분석한다.
한화가 프랑켄부르그와 협력하며 유럽 기술력을 흡수하는 동시에, 자사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에스토니아와의 전방위 협력, K방산 유럽 교두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스토니아의 관계는 2020년 K9 자주포 납품으로 시작됐다. 2025년 말에는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을 공급하며 협력을 확대했고, 현재는 에스토니아의 차기 보병전투차(IFV) 현대화 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한화는 이미 밀렘 로보틱스, 노탈, 센서스큐, 마루둑, 고 크래프트 등 에스토니아 방산·기술 기업들과 연이어 MOU를 체결했으며, 무인 수상함(USV)과 탄약 생산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동현 대표는 “이번 MOU는 미래 전장의 드론 위협에 대응해 차기 지상무기체계의 생존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공동 개발과 기술 협력을 통해 에스토니아의 안보 역량과 방산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 명의 소국이지만, 나토 회원국이자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높다. 한화로서는 에스토니아를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나토 표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드론 위협이 현실화된 전장 환경에서, 카운터-UAS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에스토니아 스타트업의 첨단 미사일 기술과 자사의 플랫폼 통합 역량을 결합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한국 방산의 글로벌 기술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실전 배치되고 수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