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보·사법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쿠바가 전시 대비를 연상케 하는 민방위·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쿠바 아바나를 방문한 데 이어,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추진 보도까지 나오면서 카리브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무력으로 체포했던 선례를 쿠바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쿠바 정권은 소련식 게릴라 훈련을 재가동하며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극도의 경제난 속에서 군사 훈련마저 노후화된 장비와 가축에 의존하는 촌극이 빚어지면서 체제 붕괴의 전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식 체포 작전의 전조

미국과 쿠바의 군사적 충돌 우려는 지난 14일 랫클리프 국장의 아바나 방문 직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쿠바 당국자들과 만나 쿠바 내 중국·러시아 안보 활동과 드론 위협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법무부가 1996년 쿠바계 망명자 단체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 소속 소형 민간 항공기 2대 격추 사건과 관련해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 기소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만약 기소가 현실화된다면,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이 적대 정권 지도부를 사법 압박 대상으로 삼는 흐름이 쿠바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과 체제 전환을 요구하며 당근 없는 채찍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내에서는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노선이 쿠바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소가 대공포 끄는 게릴라전의 민낯
미국의 강경 압박을 침공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쿠바 관영 매체들은 국민 무장과 군사 훈련 장면을 부각하며 결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들이 강조하는 전술은 피델 카스트로 시절부터 이어진 ‘전 인민 전쟁’ 개념으로, 훈련받은 민간인과 정규군이 침략군을 상대로 장기 소모전을 벌이는 방어 전략에 가깝다.

하지만 공개된 훈련 영상 속 쿠바군의 현실은 처참한 수준이다.
병사들은 노후화된 소련제 구형 무기로 훈련하고, 심지어 군용 동력 장비와 연료가 부족해 농사용 소를 이용해 대공포를 견인하는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쿠바 민방위 당국은 침공 시 행동 요령을 담은 전시 안내서를 배포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지만,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바나의 한 주민은 대피할 물자조차 바닥난 상황에서 전쟁 준비 지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수십 년간 이어진 살인적인 정전 사태와 만성적인 경제난에 지친 일부 주민들은 절반이 죽더라도 전쟁으로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현 공산 정권의 붕괴를 노골적으로 바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내고 있다.
낡은 소련제 장비와 소가 끄는 대공포까지 등장한 쿠바군의 현실은 반미 결사항전 구호 이면에 자리한 군사·경제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