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진짜 승패는 최전방의 화려한 전투기가 아니라, 후방의 평범한 병원과 지자체가 결정짓고 있다.
최근 북유럽 일대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훈련 모습이 현대전의 냉혹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다.
지난 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나토는 북극권과 북유럽 일대에서 대규모 합동 훈련인 ‘콜드 리스폰스 2026’을 진행 중이다.
과거의 군사 훈련이 적진 돌파나 화력 과시에 집중했다면, 이번 훈련의 핵심 키워드는 군과 민간이 하나로 움직이는 ‘총력전(Total Defence)’이다.

군인들만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 민간 병원이 대규모 사상자를 어떻게 수용할지, 지자체가 어떻게 물류망을 통제하고 끊긴 전력망을 복구할지 실전처럼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탱크보다 먼저 움직이는 지자체와 병원
현대전에서 적은 아군의 최전방 방어선을 무리하게 뚫는 고전적인 전면전을 고집하지 않는다.
대신 우주 위성, 사이버 해킹, 장거리 자폭 드론 등을 이용해 후방의 취약한 민간 인프라를 먼저 타격하여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전략을 쓴다.
발전소가 파괴되어 전기가 끊기고 핵심 통신망이 마비되면, 아무리 수십조 원을 들인 첨단 무기체계라도 레이더를 켤 수 없고 지휘 계통은 먹통이 된다.

이러한 뼈아픈 현실을 반영해 나토는 최전방의 방어력만큼이나 후방 민간 시스템의 ‘회복 탄력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군사 전문가는 “진짜 전면전 준비는 전차에 기름을 채우는 것보다, 동네 민간 병원의 비상 발전기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초밀집 사회 한국, ‘회복 탄력성’ 훈련이 절실한 이유
나토의 이 거대한 총력전 실험은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도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제를 던진다.
결국 현대 전쟁은 군대 간의 화력 대결을 넘어, 어느 국가의 전체 시스템이 적의 충격을 더 잘 흡수하고 빠르게 복구해 내느냐의 싸움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과 국가 핵심 산업 시설, 그리고 주요 금융망이 수도권이라는 좁은 면적에 초밀집되어 있는 특수한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다.
이는 곧 단 한 번의 전자기펄스(EMP) 공격이나 핵심 변전소 드론 테러만으로도 수천만 명의 생존망과 국가 시스템 전체가 순식간에 셧다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신망이 마비되고 대규모 피난 행렬로 물류망이 엉키게 되면, 전방의 군부대가 아무리 건재하더라도 식량과 탄약을 보급받지 못해 전쟁 수행 동력은 내부에서부터 붕괴된다.
따라서 한국 역시 첨단 무기 체계의 고도화 못지않게, 지자체와 민간 병원, 주요 통신·전력 기업들이 군과 연동해 움직이는 대규모 실전 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전쟁이 터졌을 때 민간 발전기 가동률을 즉각 점검하고, 우발적 대량 사상자를 동네 병원들로 신속히 분산 수용하는 매뉴얼이 평시부터 실제 훈련을 통해 작동해야 한다.
최전방을 지키는 방패가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그 충격을 버텨낼 후방 사회의 뼈대가 약하면 국가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유럽의 시민들이 총 대신 병원 매뉴얼과 전력 복구 도면을 들고 훈련에 임하는 이유를 우리 역시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