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줄줄이 하락
비트코인도 관세에 흔들

“믿고 사는 미국 주식이었는데 손실이 장난 아니에요.”
미국 주식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거센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시장 불확실성이 겹치며, 한 달 새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이들이 큰 손실을 떠안고 있다. 한편, 가상화폐까지 휘청이며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토막 난 ETF…국내 투자자 직격탄

최근 한 달 간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거세지면서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 상위 20개 종목의 순매수액은 약 31억2000만 달러(약 4조5072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 절반인 10개 종목이 오히려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한 증권사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순매수액 1위였던 ‘디렉션 데일리 테슬라 2배 ETF’는 한 달간 계좌 평균 수익률이 -30.69%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테슬라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두 배로 확대된다. 해당 ETF에만 국내 투자자들은 7억8500만 달러(약 1조1355억 원)를 쏟아부었다. 손실 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2배 이더리움 ETF’로 -47.88%였다.
트럼프 관세, AI 과열 논란…미국 시장 흔들

시장 불확실성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취임하면서 예고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가 철회하는 등 통상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 한 달 새 4.67% 하락했고, 고평가 논란에 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토스증권 이영곤 리서치센터장도 “레버리지 ETF는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비트코인도 관세에 휘청… 이제는 분산이 답

가상화폐 시장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격이 급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9일(미 동부 시간)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4.2% 떨어진 8만2401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은 트럼프의 ‘비트코인 비축’ 정책에 기대를 걸었지만, 정부가 직접 매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 실망감이 번졌다. 게다가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더욱 커졌다.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2차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60% 관세’를 공언한 상태다. 가상화폐 분석가 노엘 애치슨은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거시경제 불안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렇듯 최근 미국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동반 약세가 이어지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치주나 배당주, 채권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투자자들의 ‘분산’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