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농락당하는 현실” 일본 언론 비판 쏟아져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받고 자동차마저 위협
안보·경제 연계한 ‘트럼프식 거래’에 말려들어

“트럼프 정부에 농락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이 한 문장이 미국과 일본 사이의 급격히 냉각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추가 관세 조치 제외를 기대했던 일본의 희망이 물거품 되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관세 폭탄 맞은 일본

지난달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가 거론되지 않자 일본 정부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3일 보도를 통해 일본이 안보와 경제를 연결 짓는 ‘트럼프식 거래’에 말려들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일 안보 조약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리는 일본과 좋은 관계이지만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를 “미일 동맹이 불공평하니 경제 부문에서 협력하라는 압박”으로 해석했다.
자동차 수출,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

미국은 지난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시작했지만, 이는 일본 경제에 치명타를 주는 수준은 아니다. 일본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내달 2일 발표 예정인 자동차 관세 문제다.
지난해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약 209조원이었으며, 이 중 자동차가 약 59조원으로 전체의 28.3%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 약 12조원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34.0%로 늘어난다. 이에 일본 총리 관저 주변에서는 자동차 추가 관세를 막을 방법을 고심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에도 “미국이 멋진 차를 제조하고 있는데도 일본은 우리 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일본의 미국 자동차 수입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일본은 철강을 덤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흔들리는 美·日 동맹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백악관이 일본의 최대 민감 품목인 쌀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일본은 쌀에 7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비록 일본 언론이 이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쌀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과거 미국은 통상 교섭에서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한 뒤, 그 요구를 철회하는 대가로 다른 품목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술을 반복해 왔다”며 “이번에도 같은 전술로 일본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는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변국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때 굳건했던 미일 동맹이 경제적 이해관계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웃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