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일본 품종이 한국 수출 효자로
포도 수출 90% 급증…호주 시장도 뚫렸다
묘목 직구로 시작된 반전, 품질 관리가 관건

한국의 한 농산물이 조용히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포도 수출량이 전년보다 90% 가까이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액 역시 1,383만 달러(약 192억 원)에 달하며 신선식품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포도 수출이 이렇게 갑자기 급증한 이유는 뭘까.
일본서 태어나 한국서 컸다, 샤인머스캣의 반전 성장사
그 중심에는 샤인머스캣이 있다. 한때 일본의 고급 청포도로만 알려졌던 이 품종이, 이제는 한국 수출 시장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대만, 홍콩, 미국,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가 높고, 최근에는 호주로의 수출길도 열렸다. 품질 좋은 국산 포도에 대한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샤인머스캣은 사실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1988년, 일본 농업기술기관이 아키츠-21과 하쿠난이라는 두 품종을 교배해 만들었다.
원산지는 일본이지만, 지금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한국산이다. 그 배경에는 법과 제도의 틈새를 놓치지 않은 농민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있었다.
2021년 이전 일본 종묘법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된 묘목은 구매와 동시에 개발자의 권리가 소멸됐다.

한국 농민들은 이 허점을 활용해 일본에서 묘목을 직접 구매했고,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여와 재배를 시작했다.
일본 내에서도 이 과정을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한국이 품종의 새로운 주도권을 쥔 셈이다.
호주까지 뚫은 샤인머스캣, 다음 관문은 ‘품질 신뢰’
경북 김천과 상주, 충북 영동 등을 중심으로 샤인머스캣 재배는 빠르게 확산됐다. 농가의 기술력, 정부의 수출 지원, 품종의 우수성이 맞물리며 수출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호주 검역 기준까지 완화되며, 새로운 수출 활로가 기대된다.

다만 빠른 확산 뒤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샤인머스캣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원래의 향과 맛이 떨어지는 저품질 제품들도 유통되고 있다. 시장 신뢰를 지키기 위한 품질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샤인머스캣은 이제 국내 농업의 중심 품종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국경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산업 구조를 흔들며 농가 소득에도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요한 건 지금의 흐름을 지혜롭게 이어가는 일이다. 성공은 단번에 찾아왔지만, 지속 가능성은 준비된 자만이 가질 수 있다.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