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1% “미국으로 복귀 비효율적”
리쇼어링 추진해도 자동화 선호 81%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아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최근 CNBC 방송이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높은 비용과 인력난 등을 이유로 해외 공장의 미국 복귀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비용이 두 배 이상”…기업들, 미국행보다 다른 국가 선호
CNBC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주요 공급망 기업 380곳 중 61%는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보다 관세가 낮은 다른 국가로 옮기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꺼리는 이유로는 74%가 ‘비용’을 꼽았으며, 21%는 ‘숙련된 노동력 확보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특히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다시 옮길 경우 비용이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18%였고, 두 배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응답은 47%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리쇼어링 기업에 세금 감면을 약속했지만, 이는 제조시설 이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문은 미국 상공회의소, 전미제조업협회, 전미소매업연맹, 미국 의류·신발협회, 미국 신발 유통 및 소매업 협회, 공급망 관리 전문가 협의회, ITS 로지스틱스 회원사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사람보다 로봇”…일자리 창출 효과도 불투명
더욱 우려스러운 결과는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더라도 근로자보다는 자동화 공정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81%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핵심 목표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제조업은 1950년대 미국 민간 부문 일자리의 약 35%를 차지했으나, 2025년 현재 9.4%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1979년 1,950만 개로 정점을 찍은 후, 자동화와 해외 이전 등으로 수백만 개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동화를 선호한다면 제조업 리쇼어링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높은 임금과 복지 비용, 강화된 환경 규제와 법인세 부담 등도 생산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다.
“美 기업 괴롭히는 정책”…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기업들의 주요 우려 사항으로 관세 외에 소비자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현 정부의 일관된 전략 부재’ 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61%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현재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해서는 기업의 89%가 주문 취소를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도 75%에 달했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 협의회의 마크 박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관세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주문 취소와 소비 지출 감소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새 관세를 적용받는 품목 생산업체 가운데 61%는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 지출 감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품목으로는 임의소비재(44%), 가구(19%), 사치품(19%)을 꼽았다.
더 큰 문제는 응답자의 63%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올해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51%는 경기 침체가 2분기에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의류·신발협회 스티브 라마 대표는 “미국 경제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소비자에게 저렴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공급망이 파괴적인 관세정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통령이 현재의 관세 기조를 유지한다면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제품 부족, 기업 파산 등은 미국 경제가 겪게 될 어려움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약이 현실의 높은 장벽 앞에서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독재던 독선이던 기업 운영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