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그 돈 내나요” 소비자들 외면하더니… 결국 ‘환골탈태’ 나선 이곳, 무슨 일?

치솟는 관람료에 극장을 외면하는 관객들
영화 대신 공연 실황 등 대안 콘텐츠 확대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3만 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는 현실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평일 1만 4천 원, 주말 1만 5천 원까지 치솟은 티켓값에 팝콘과 음료를 더하면 한 사람이 영화관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3만 원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위기를 맞은 영화관들이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관객들의 외면, 영화계 깊은 침체의 늪

수년 사이 영화 티켓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관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19년 1만 원대 초반이었던 평일, 주말 관람료는 2022년 기준 1만 4천 원, 1만 5천 원 선까지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8.2%)을 크게 웃도는 40%에 가까운 인상 폭이었다. 관객들은 비싼 돈을 내느니 차라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 속에서 영화와 극장 산업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매출액과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3%씩 감소했다.

이 여파로 국내 멀티플렉스 1위 사업자인 CJ CGV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7억 원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92.3% 급감했다.

영화관, ‘스크린’의 용도를 재정의하다

심화되는 위기 속에서 극장들은 본업인 영화 상영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영화 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스크린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기 가수의 공연 실황이나 스포츠 경기 중계, 뮤직비디오 공개 행사, 앨범 청음회 등이 그 예다.

특히 아티스트 콘텐츠는 극장 매출을 견인하는 새로운 축이 되고 있다. CJ CGV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해 전체 상영작 수에 근접하는 67편의 아티스트 콘텐츠를 선보였다.

CGV 관계자는 “최근 가수들 사이에서 공연과 동시에 실황 제작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어 관련 콘텐츠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CJ CGV에서 단독 개봉했던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는 일부 관객이 하루에 4~5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 현상을 보이며 관객 35만 명, 매출 100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극장이 기업과 협업해 제작한 숏폼 형태의 영화도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제작한 13분짜리 단편 영화 ‘밤낚시’는 1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4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극장의 미래: 영화 외 경험을 팔다

극장들은 과거의 명작을 디지털 기술로 개선해 상영하는 재개봉 영화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18편의 재개봉작을 선보이며, 지난해보다 상영 편수를 두 배 이상 늘렸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신작 개봉 편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고전 영화를 신작처럼 느끼는 젊은층의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제 극장은 영화 관람을 넘어선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상영관 일부를 연극 공연장, 방탈출 게임 등의 몰입형 체험 공간인 ‘라이브시네마’, 체험형 전시 공간 등으로 바꾸고 있다.

CGV 역시 고급 레스토랑을 결합한 ‘시네드쉐프’를 운영하며 식사와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고, 디저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관 특화 메뉴를 선보이는 등 극장 경험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 “단순히 입장권을 팔아 이익을 얻는 구조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관객들이 극장을 가깝게 느끼고 재방문하도록 유도하여 다양한 소비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