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포기했습니다”…도로 위 시한폭탄, 대한민국 운전자들 ‘술렁’

샌브루노서 무인차 불법 유턴, 경찰도 속수무책
운전자 없는 위반, 회사 책임 놓고 법은 갈팡질팡
한국도 시범운행 중…안심하긴 이른 현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브루노에서 최근 기묘한 장면이 펼쳐졌다. 경찰이 불법 유턴 차량을 단속하려 세웠는데,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구글 계열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의 전기 SUV였다.

경찰은 황당했지만 현행법상 이 차량에 범칙금을 부과할 수 없었다. 아직 캘리포니아 법에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라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본사에 연락해 “해당 구간에서는 앞으로 유턴을 하지 않게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라”는 조치만 취할 수 있었다.

운전자 없는 위반 차량, 책임은 누구 몫인가

이 해프닝은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등장할 새로운 질문을 드러낸다.

미국에선 이미 웨이모 차량들이 누적 수만 달러에 달하는 위반을 기록했지만 법적 공백 탓에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는 2026년 7월부터는 자율주행차 회사에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될 예정이지만, 그 사이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도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세종, 판교,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안전요원이 없는 자율주행차가 제한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임시운행 허가를 내주며 24시간 관제센터 구축, 원격 정지 시스템 마련, 안전운행계획 제출 등을 의무화해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사고나 위반이 발생하면 차량 소유자인 운영사에 과태료가 부과되고, 반복적 문제가 생기면 운행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미국에서처럼 “딱지를 누구한테 줄까” 고민하다가 손발 묶이는 일은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피할 수 있게 해둔 셈이다.

책임 공방·보험 설계…풀리지 않은 숙제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고 책임을 운전자와 제조사, 운영사 중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보험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긴급 상황에서 경찰이나 소방이 어떤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 복잡한 문제가 꼬리를 문다.

지금은 시범 운행 단계라 제어가 가능하지만, 수천 대가 동시에 도로에 나서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샌브루노의 무인차 불법 유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는 곧 한국 도로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다.

기술은 이미 거리를 달리고 있고, 제도는 그 뒤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