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연쇄 충격에 직면했다.
중동에 연 50만대를 수출하는 중국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동 시장 점유율 1·2위인 도요타(17%)와 현대자동차(10%)도 수요 급감 위험에 노출됐다.
시장조사기관 베른스타인은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한 판매 감소, 공급망 차질, 유가 상승이 아시아 자동차 업체에 삼중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란은 연 114만대 규모로 중동 전체 시장(300만대)의 38%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시장이다.
중국 車, ‘제재 국가 전략’에 발목

가장 큰 피해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 제재로 GM·포드·폭스바겐 등 서방 업체들이 철수한 이란 시장에서 체리·장화(JAC)·창안(Changan)·하이난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들이 주요 해외 업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승용차 수출의 17%가 중동으로 향했으며, 이 중 상당 물량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집중됐다.
베른스타인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경쟁사들이 꺼리는 러시아, 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지역에 적극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번 전쟁으로 이러한 ‘틈새 시장 공략’ 전략이 오히려 최대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체리의 중동 점유율은 5% 수준이지만, 이란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도요타 4만대 감산, 현대차는 ‘관망’

일본 도요타는 이미 선제 대응에 나섰다. 중동 물류 차질 가능성을 반영해 약 4만대 규모의 생산량 감축을 결정했으며, 감산 대상에는 중동에서 인기가 높은 랜드크루저 등 SUV 모델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중동에서 17%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 중이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주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동 점유율 10%로 2위 수준이다. 다만 장기전으로 확대될 경우 사우디·UAE 등 주요 시장의 소비심리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호르무즈 봉쇄 시 ‘글로벌 수요 붕괴’ 경고

베른스타인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이다. 유조선 운항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 상승으로 내연기관 차량 수요가 급감하고, 이는 중동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판매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연기관 의존도가 높은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서방 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베른스타인은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글로벌 경제 신뢰가 약화되면, 걸프 지역을 넘어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동반 위축될 수 있다”며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린 업체일수록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이 단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가격, 소비심리를 동시에 뒤흔드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