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회장의 선견지명? “반세기 전 비밀 지침 현실로”…삼성의 ‘신의 한 수’ 드러났다

경제 불황에도 5년간 6만 명 채용 선언
대규모 인력 감축 트렌드와 정반대 행보
창업주 이병철의 인재철학 다시 주목받아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인재 중심 철학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가운데, 삼성이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삼성의 이 같은 결정은 장기적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역주행하는 삼성의 인재 확보 전략

18일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내놓았다. 삼성의 이번 선언은 단순한 숫자 제시가 아니다. 공채 제도를 유지하면서 청년 교육과 사회공헌까지 함께 엮어 기회를 되살리겠다는 종합적인 접근이다.

26일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계열사 19곳이 함께 참여한다.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만 명, 올해 상반기에도 약 6천 명을 감원했다. 메타 역시 올해 전체 인력의 5%인 3천6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152개사의 신규 채용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IT와 전기전자 업종의 신규 채용은 2년 전보다 49.2%나 줄었고, 이차전지 업종은 77.6%나 급감했다.

“기업은 사람을 키우는 데서 시작한다”

이처럼 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삼성의 행보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경영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1년을 내다보려면 곡식을 심고, 100년을 준비하려면 사람을 길러야 한다”며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인재에 투자해야 한다는 그의 경영관을 보여준다.

생전에 이병철 회장은 “일단 채용했다면 믿고 맡겨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한 명의 천재가 십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재에 투자했다.

그는 수십 년간 직접 신입사원 면접에 참석했으며, 1957년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최근 경제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국내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며 선대 회장의 뜻을 계승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불황일수록 인재에 투자하는 장기 전략

창업주의 인재 철학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의 대규모 채용 결정은 단순한 인력 보강을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반도체와 AI 등 미래 핵심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실제로 삼성의 국내 고용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다. 2019년 말 10만 5천 명이던 삼성전자의 국내 직원 수는 올해 6월 기준 12만 9천 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인재 중심 전략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은 공채뿐 아니라 채용연계형 인턴을 확대해 청년들의 실무 경험을 돕고, 기능경기대회 수상자나 마이스터고 졸업생 같은 기술 인재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교육을 제공하는 청년 아카데미를 운영해 이미 수천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채용 확대를 단기적 인건비 절감보다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이병철 회장의 “기업은 사람을 키우는 데서 시작한다”는 철학이 여전히 삼성의 중심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