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특수 신화는 이제 끝? “순식간에 악재 몰렸다”… 발등에 불 떨어진 美 ‘발칵’

대규모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조지아주 투자 심리 급랭 우려
“비자 제도 전면 개편” 목소리 커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미 이민당국에 체포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의 복귀가 추진되고 있다.

이번 구금 사태로 외국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자 미국 현지 정부와 연방 정부 모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국 기술자들 없이는 공장 가동 불가능”

트립 톨리슨 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장은 17일(현지시간) ‘서배너 모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의 복귀는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은 장비를 설치하고 직원들에게 배터리 셀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서배너 경제개발청 필립 라이너트 대변인도 “체포된 LG 직원들은 장비 설치와 직원 교육을 위해 미국을 임시 방문한 숙련된 기술자들”이라며 그들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톨리슨 청장은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던 단속 당시 그 규모에 놀랐으며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 기술자들이 겪은 실망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절박함은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톨리슨 청장은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과 함께 지난주 디트로이트에서 현대차 경영진을 만났으며, “그들은 매우 놀라고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프로젝트 완공을 위해 현대를 돕겠다고 밝혔으며, 한국인들을 귀환시키기 위한 많은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수 누리던 조지아주, 이중고에 직면

이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조지아주 경제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조지아주는 현대차의 새로운 전기차 공장 건설로 2020년에서 2024년 사이 인구가 22%나 증가했다. 놀랍게도 이 인구 증가의 절반이 한국인이었다.

한국인들의 유입으로 주택 건설 붐이 일어났고, 한국 음식점과 마트, 각종 서비스업체들이 문을 열면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었다.

이렇게 ‘한국 특수’를 누리던 조지아주에 이번 구금 사태는 큰 타격이 되었다. 더욱이 지역 핵심 산업이었던 제지공장 폐업까지 겹치면서 조지아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배너 인터내셔널페이퍼 공장이 새로운 소유주 아래 다시 가동되기까지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투자로 되살아났던 지역 경제가 정책적 실수와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에 처한 상황인 것이다.

“비자 제도 전면 개편해야” 목소리 커져

이러한 위기 속에서 미국 내에서는 비자 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6일 “미국의 비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리비안 전기자동차 공장 착공식에서 그는 “이번 사건은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기업이 똑같은 문제를 겪어왔다”며 비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크리스 클락 조지아주 상공회의소장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공장을 지으러 온 한국, 일본, 독일 노동자들을 위해 미국 비자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조지아 노동자들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역시 이번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비자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 출장을 연기하거나 출장 중인 직원들의 조기 귀국을 지시하는 등 비자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 번 위축된 투자 심리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가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한국 기업과의 신뢰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