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였는데…” K-산업의 몰락, 8년 만에 판 뒤집혀 ‘눈물’

중화권 기술 굴기
韓 게임 수출길 막혀
‘중독 물질’ 규제 논쟁

한때 중국 시장을 호령했던 ‘K-게임’의 영광이 희미해지고 있다. 8년 만의 한한령(중국의 한류 제한령) 해제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 업계는 기대보다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게임이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까지 침투하는 ‘역수출’ 현상이 벌어지자, 정부와 여당이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8년 공백 사이, 역전된 한중 게임 판도

중국 정부가 올해 10월까지 한국 게임 18종에 서비스 허가(판호)를 내주며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청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2016년부터 이어진 규제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사이, 중국 게임 개발사들은 기술력과 체급을 급격히 키우며 글로벌 흥행작을 쏟아냈다.

실제로 액션 RPG ‘원신’은 지난 2020년 중국 호요버스가 출시했음에도 글로벌 누적 매출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눈앞에 두며 K-게임의 자리를 위협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 진출 허가(판호)는 흥행 보증 수표였으나, 이제는 중국 개발사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한국 시장이 오히려 그들의 수출 무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까다로운 ‘중국식 BM’과 무력해진 한국 게임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현지화 전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은 정부 규제에 따라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등을 공개해야 하므로, 한국 개발사들이 주로 활용해 온 기존 과금 모델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현지화 작업의 난도를 높이고 비용을 증가시켜 진출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압도적인 내수 시장 규모를 외면할 수 없어, 국내 게임사들은 신작을 곧바로 출시하기보다는 2~4년의 현지화 기간을 거치며 중국행을 결정한다.

판호 재개 이후 흥행에 성공한 한국 게임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정도에 그쳤다.

이 게임은 중국 출시 7개월 만에 1조 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며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혔다.

대통령 언급, 여당 특위 출범… 정책 동력 확보

정부와 여당은 이처럼 중국에 뒤처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책 지원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서울 성동구의 한 게임 스튜디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게임을 중독 물질처럼 다루려는 시도가 지난 수년간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이 산업이 대한민국 문화의 핵심 동력임을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게임특별위원회 2기를 공식 출범시키며 정부의 의지에 동력을 더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문화 콘텐츠의 힘이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조승래 의원은 “대형 게임사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인디 및 중소 게임사가 튼튼해지도록 당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게임특위는 내년 8월까지 활동하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같은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고 산업 진흥을 위한 입법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