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매장 일평균 500만원 매출 돌파
K-먹거리 열풍에 외국인들 ‘문전성시’ 이뤄
동남아·중앙아시아서 차별화된 경쟁력 인정받아

“떡볶이와 김밥만 먹으러 한국 편의점에 간다고?”, “한국 드라마 후폭풍이 이렇게나 나오네”
대형 편의점에 늘어선 현지인들의 모습은 마치 한국의 인기 맛집을 연상케 한다. 한국식 편의점의 인기가 해외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생필품 구매 장소를 넘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작은 한국’으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서 대박 친 한국식 편의점, 하루 매출 500만원 돌파

GS25는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에 오픈한 6개 매장의 하루 평균 매출이 500만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하노이에 동시 오픈한 이들 매장은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이미 1위 편의점 브랜드로 자리 잡은 GS25가 북부 진출의 교두보로 선택한 전략적 지점이다.
하노이 매장들은 일반적인 편의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대형 매장으로 구성됐다. 가장 작은 매장도 115㎡(35평)에 달하며, 가장 큰 매장은 무려 540㎡(164평)의 대형 매장이다.
또한 도서관 콘셉트, 라면·주류 특화, 신선식품 특화 등 매장별로 독특한 테마를 부여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식 편의점은 미국이나 일본식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의 퀄리티가 정말 높고, 공간 활용도 훨씬 효율적이에요.” 하노이 현지 대학생 응우옌(22) 씨는 이렇게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부분 하노이 매장의 매출 상위권을 GS25 PB(자체 브랜드) 상품과 한국 브랜드 상품이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떡볶이와 김밥 같은 K-먹거리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GS25는 하노이 매장을 이달 말까지 13개로 확대하고, 연말까지 베트남 전체 점포 수를 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채오 GS리테일 해외사업팀장은 “베트남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로 더욱 빠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작은 한국’으로 자리 잡은 K-편의점, 인기 비결은?
한국 편의점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류의 세계적 인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편의점은 이러한 ‘한국 체험’을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실제로 많은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편의점을 ‘작은 한국’이라고 부르며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연세우유 크림빵, 삼각김밥, 라면 등이 특히 인기”라며 “이런 제품들을 전략적으로 해외 점포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편의점들은 단순히 한국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 입맛과 문화를 고려한 제품 개발과 매장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식 반미 샌드위치와 한국식 김밥을 접목한 퓨전 상품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는 한국적인 것과 현지적인 것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합니다. 100% 한국식으로만 가면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CU의 해외사업 담당자는 지난 2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셋째, 일본이나 미국 등 편의점 선진국이 미처 장악하지 못한 틈새 시장을 공략한 점도 주효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한국 편의점은 빠르게 진입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편의점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주요 업체들은 성장 돌파구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GS25, CU, 이마트24 등 주요 브랜드가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빠르게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 매장의 매출과 수익성이 국내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CU의 경우 몽골 매장의 일평균 매출이 한국 매장 대비 약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식 편의점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이 해외에서 프리미엄 가치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편의점은 국내 중소기업 상품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PB 상품과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 편의점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소개되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을 통한 중소기업 식품의 수출액은 2020년 대비 2023년에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편의점이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K-푸드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편의점의 해외 성공은 단순한 소매업의 성공이 아닙니다. 이는 한국 문화와 식품, 생활방식의 수출이자 소프트파워의 확장입니다.” 유통업계 전문가 김모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식 편의점은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025년까지 주요 편의점 3사는 해외 매장을 총 3,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K-편의점의 글로벌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