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믿었는데 “K-배터리 이대로 가다간”…바뀐 분위기에 업계 ‘초비상’

“매분기 수천억 보조금 사라질 위기”
미국 공화당,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추진
공화당 지역 투자한 한국 기업들 딜레마
K-배터리
전기차 / 출처 : 연합뉴스

막대한 투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온 K-배터리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인 전기차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닥친 정책 리스크

미국에서 날아온 충격적인 소식이다. 지난 5월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세제 법안에서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예정보다 훨씬 일찍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는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세액공제가 2026년 말로 무려 5년이나 앞당겨질 위기다.

더 심각한 것은 2026 과세연도 구매 전기차 중 제조사가 2009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미국 내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으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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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기업들 / 출처 : 연합뉴스

이미 판매량이 상당한 기업들은 사실상 올해 안에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직접적 혜택을 받아온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다.

보조금이 실적 지탱하는 위태로운 현실

이 소식이 배터리 업계에 던진 충격은 심각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찌감치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AMPC 혜택을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 내 합작법인 설립이나 단독 공장 설립 형태로 현지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의 실적이 AMPC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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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 출처 : 뉴스1

올해 1분기만 보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3,747억원을 기록했지만, AMPC 지원금 4,577억원을 제외하면 830억원의 적자 상태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각각 1,094억원, 1,708억원의 AMPC 혜택을 받아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 현상인 ‘캐즘(Chasm)’ 상황에서 AMPC는 배터리 기업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매 분기 상당한 금액의 보조금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어온 것이 현실이라, 이 혜택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치적 현실과 기업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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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의회 / 출처 : 뉴스1

다행히도 이 법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미국 연방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실제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RA를 “전기차 의무화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IRA 혜택을 받는 지역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 기반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1명은 지난 3월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IRA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유지를 적극 요청한 바 있다.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곳은 대부분 공화당 지역이고, 한국 기업들이 그곳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수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현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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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 출처 : 뉴스1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면서도 전략적 대응을 모색 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자체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만이 아닌 글로벌 다각화 전략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은 오랜 준비와 과감한 투자의 결실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책 리스크는 그간의 노력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K-배터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업계는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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