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레이드, 출범 한 달 만에 3.5조 거래
개미가 주도… 아침·저녁 거래도 가능
70년 독점 흔든다, 거래소 판도 변화 예고

“70년 만에 거래소 경쟁 생겼다는 게 놀랍다”, “아침 저녁에도 거래된다니까 확실히 편하긴 하네”
지난 3월 문을 연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금융 시장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출범 한 달여 만에 일평균 거래대금이 3조 5000억 원을 넘기며, 기존 거래소와의 경쟁 구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습이다.
개미가 키운 넥스트레이드, 첫 달부터 존재감 ‘뚜렷’
눈에 띄는 이번 성장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된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된 금액의 98% 이상이 이들의 몫이었다.
기관(1%)과 외국인(0.4%)의 비중은 아직 낮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새로운 플랫폼을 빠르게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한편,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은 상징성이 크다. 70여 년간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사실상 독점 구조에 처음으로 균열을 낸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대체거래소만 30개가 넘고, 일본도 이미 다수의 거래소가 운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도입은 다소 늦었지만 그만큼 주목도도 크다.
거래시간 넓힌 넥스트레이드, 아침·저녁 투자도 ‘활짝’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정규시장 외에도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프리마켓’과 오후 3시 40분 이후의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이 두 시간대만으로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 원을 넘는다.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 시간이 확장된 셈이고,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프리마켓에서는 거래량 부족으로 1주만 체결돼도 상한가나 하한가에 도달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시스템 정교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넥스트레이드는 가격을 형성하는 기능보다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며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점차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출범 초기 0.4%에 불과했던 외국인 거래 비중은 최근 5.6%로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유입이 본격화되면, 유동성 확대와 함께 시장의 안정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ETF까지 품는다… 넥스트레이드, 몸집 키우는 중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약 800개 종목을 거래 중이다.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8~9% 수준으로, 김 대표는 3년 내 1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올 하반기부터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주식예탁증서(DR) 등의 거래도 준비 중이다.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을 갖추는 등 확대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수료 구조다. 하루 수천억 원이 오가지만, 넥스트레이드의 일일 수수료 수익은 약 30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보다는 시장 안착과 투자자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이 자본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본다. 거래 환경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플랫폼 간 경쟁을 통한 시장 효율성 개선도 기대된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넥스트레이드가 본격적인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