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마주 앉은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는 총성 없는 무역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미국산 쇠고기 가공 공장 수백 곳의 수출 허가를 전격 갱신하며 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 세계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중국 견제를 외치던 미국의 강경한 외교 명분이 쇠고기 시장 개방이라는 실리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표밭을 겨냥한 가성비 최고의 미끼
중국 세관 당국은 타이슨 푸드와 카길 등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식품 기업 소유의 쇠고기 작업장 수백 곳에 대한 수입 면허를 갱신했다.

지난 2021년 이후 기간이 대부분 만료되어 기존 등록 시설의 65%가량이 막혀 있던 수출길을 정상회담 시점에 맞춰 전략적으로 열어준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대중 수출액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2022년 17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5억 달러(약 6,900억 원) 수준까지 3분의 1 토막이 났다.
수출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농가와 축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치적 지지 기반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첨단 기술 통제나 대만 안보 문제 같은 민감한 핵심 이익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도, 미국 내 여론을 환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성과를 안겨주는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인 선물을 건넨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전면적인 시장 개방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은 자국 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쇠고기 할당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최대 5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안전장치를 단단히 걸어두고 있다.
문은 열어주되 실제 들어오는 고기의 양은 자국 입맛대로 통제하겠다는 정교한 계산이 깔려 있다.
원칙 잃은 호통과 분통 터진 동맹국
더욱 극적인 반전은 중국의 후속 조치에서 드러났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허가가 갱신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해당 공장들의 상태가 다시 만료로 변경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는 중국이 쇠고기 수입 카드를 확정된 양보가 아니라, 언제든 거둬들일 수 있는 조련용 미끼로 철저히 다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얄팍한 거래적 행태는 주변 동맹국들의 강한 반발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우방국들에게까지 무차별적인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그 명분으로 중국 견제와 글로벌 불공정 무역 바로잡기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중국 앞에서는 농산물 거래라는 눈앞의 이익을 두고 웃으며 손을 잡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결국 전 세계는 두 강대국의 갈등이 거창한 가치와 원칙의 대결이 아니라, 철저한 이익 교환의 장으로 변질되었음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믿었던 동맹국들은 미국의 잦은 말 바꾸기와 이기적인 외교 노선에 불만을 품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씁쓸한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무역 질서를 세우겠다던 초강대국의 안보 명분이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