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래차 전환에 나서는 부품 기업들을 위해 대규모 금융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이번 정책이 자칫 한국 기업의 간판을 달고 중국의 공급망을 살찌우는 우회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4000억 원대 지원, 직접 유출은 아니지만
산업통상부는 최근 미래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시설투자와 인수합병 그리고 연구개발 자금을 대출하는 기업에 이자의 일부를 대신 내주는 사업을 발표했다.
올해 총 403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며 기업당 최대 100억 원 한도 내에서 최장 8년간 많게는 2퍼센트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자금은 정부가 기업에 직접 현금을 꽂아주는 보조금이 아니라 국내 은행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집행되는 대출 기반의 금융 지원이다.
따라서 세금이 곧바로 중국 기업의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일각의 자극적인 주장은 구조상 현실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의 결제 창구가 국내일 뿐이지 그 돈으로 구축하는 설비와 기술의 근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진짜 쟁점이라고 지적한다.
독자 생존 앞세운 대기업, 딜레마에 빠진 중소기업

현대자동차나 기아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동화 플랫폼과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대기업 생태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반면 자금력과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과 중견 부품사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 완성도를 이미 갖춘 일부 핵심 소재·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수적인 리튬이나 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의 정제 및 제련 제품 수입을 중국에 70퍼센트 이상 의존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흐름도 이러한 부품사들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 34퍼센트가량을 넘겼으며 이들의 하이브리드 신차에는 지리 측의 플랫폼이 탑재된다.
KGM 역시 중국 체리자동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고 주력 전기차 모델에는 중국 BYD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지원금의 최종 종착지를 점검해야 할 때
이러한 시장 구조 속에서 부품사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을 진행하거나 설비를 늘리더라도 결국 그 성과가 중국산 플랫폼과 배터리에 종속될 위험이 크다.
특히 이번 지원 대상에 포함된 인수합병이나 해외 공동 개발 항목은 세부적인 안전장치가 부족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자칫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합작 법인의 납품 물량을 늘리기 위해 투자하거나 중국계 파트너와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데 자금을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겉으로는 국산 부품 생태계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촘촘하게 얽힌 중국 연계 공급망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의 혜택이 해외 자본이나 엉뚱한 공급망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국내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생산 기준을 깐깐하게 따지는 세부 지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급변하는 미래차 시장에서 국내 부품사들을 살리려는 정부의 마중물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정책의 목적지를 다시 한번 정교하게 조준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