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빚 갚아줄 거라더니”…정부의 ‘이상한 신호’에 믿었던 사람들 ‘날벼락’

자영업자 빚 1069조…LTI 344%로 반등
저소득층·비은행권 중심 대출 급증
새출발기금·배드뱅크 확대에 논란 커져

자영업자의 빚이 다시 불어나고 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년 반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특히 저소득층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빚에 짓눌린 자영업자의 현실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채무를 더 탕감해주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소득의 세 배 넘는 빚…자영업자 부채 다시 치솟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344.4%에 달했다. 자영업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세 배가 넘는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 대출 잔액은 1069조6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2조 원 증가했다. 반면 대출 차주 수는 307만8000명으로 2만4000명 줄었다. 결국 빚을 갚고 빠져나간 사람보다, 남아 있는 이들이 더 큰 대출을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저소득층의 대출 잔액은 불과 석 달 사이 3조8000억 원이나 늘었지만, 중고소득층은 오히려 줄었다.

금융권별로도 차이가 크다. 은행권 대출은 6000억 원 증가에 그쳤지만, 비은행권은 두 배 이상인 1조4000억 원이 늘었다.

특히 상호금융권에서만 2조7000억 원이 증가해 자영업자의 자금줄이 은행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새출발기금에 배드뱅크까지…빚 탕감 카드 커진다

이처럼 부채 압박이 심해지자 정부는 이미 도입한 새출발기금 외에도 빚을 더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지난해 8월까지 약 8만 명이 신청했고, 누적 채무 규모는 13조 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원금의 70% 안팎을 감면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7년 이상 장기 연체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채무를 최대 80~90%까지 줄여주는 이른바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비판도 크다. “갚을 사람은 손해 보고 버티면 이익”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실제로 과거 채무조정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연체에 빠진 통계도 있다.

금융권은 대규모 감면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결국 세금이나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성실 상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브로커가 개입해 연체를 조장하거나 편법으로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끊이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생존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00조 원을 훌쩍 넘긴 빚을 정부가 계속 떠안아 주는 방식이 정답일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채무 감면은 재기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지만, 또 다른 무책임을 불러올 가능성 역시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성실 상환자와 취약 차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