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만 치솟은게 아니었다”…14년 만에 초유의 상황, 전 세계 ‘술렁’

국제 금값 온스당 4천 달러 돌파
은값도 14년 만에 최고치 경신
비트코인까지 함께 사상 최고가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함께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채권 대신 ‘다른 대안’을 찾고 있으며, 이는 귀금속 시장에 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자금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이 잇따라 역사적인 고점을 경신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안전 자산’의 가격 폭주, 4천 달러 시대 열다

뉴욕 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8일(현지 시간) 온스당 4,070.5달러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는 전날 금 선물이 사상 처음으로 4천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추가 상승하며 4천 달러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금 현물 가격 역시 미 동부 시간 오후 1시 45분 기준으로 전장보다 1.7% 상승한 온스당 4,050.24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4천 달러 선에 안착했다.

같은 날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49.39달러에 거래되어 전장 대비 3.2%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은값은 장중 49.57달러를 기록하며 2011년 4월 이후 약 14년 만의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로이터 통신 분석에 따르면 금 가격은 2024년 24%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54%의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은 현물 가격 또한 올해 71% 급등하며 가파른 랠리를 펼치고 있다.

중앙은행 신뢰 하락과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심화

이러한 귀금속 가격의 폭등세 이면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폐 가치의 질적 저하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강화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높은 정부 부채 부담이 지속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이 달러화 등 기축통화를 대체할 안전 자산을 찾아 대거 피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8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 인하 재개를 시사한 것이 금값 랠리를 가속화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이며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위험까지 커졌음에도 정책 전환이 예고된 것이다.

이에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는 전날 행사에서 “투자자들과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대신 금을 안전한 피난처로 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달러화에 대한 위험 노출은 피하고 싶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그의 발언은 현 상황에 대한 시장 거물의 깊은 우려를 대변하며, 금값 상승세가 단순한 투기가 아닌 구조적 변화에 기인함을 시사한다.

5천 달러 전망 속 신중론도 제기

이처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하락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금 가격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탠다드차터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을 의미 있게 되돌릴 촉매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해 중 온스당 5천 달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개인이 보유한 미 국채 중 단 1%만 귀금속으로 전환되어도 금 가격이 온스당 5천 달러선에 근접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역사적으로 수년간 지속된 금값 랠리 이후에는 늘 가격 폭락이 뒤따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금값 랠리가 1979년 급등 사태와 유사하며, 당시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 상승분이 1982년 중반에 모두 사라진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시장을 지배하는 금값 강세의 서사(내러티브)가 바뀔 경우, 현재의 역사적 고점도 단기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