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 장기화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맞물리면서, 한국과 일본의 안보 전략이 방어적 의존에서 독자적인 ‘핵 잠재력(nuclear latency)’ 확보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외신과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국가 모두 당장 핵버튼을 누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물질적 토대를 다지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5톤’ 플루토늄 산더미, 일본이 합법적으로 모은 비결
가장 뼈아픈 대목은 한일 양국이 마주한 핵 잠재력의 출발선과 그 배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라늄이 아닌, 무기급으로 직결될 수 있는 분리 플루토늄을 무려 44~45톤가량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일본이 몰래 숨겨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 체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아래 합법적으로 축적해 온 결과물이다.

원래 일본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이를 원전 연료(MOX)로 다시 태워 없애는 핵연료주기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로 재가동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태우지 못한 플루토늄이 영국과 프랑스 위탁 보관 물량을 포함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이 막대한 재고를 활용해 수개월 내에 실질적인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70년대 ‘신뢰 균열’과 비확산 족쇄에 묶인 한국

반면 한국은 독자 핵무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현실 사이에 좁히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최근 안보 연구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6%가 독자 핵무장에 찬성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촘촘한 한미원자력협정에 묶여 미국의 포괄적 사전 동의 없는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미국이 유독 한국에 보수적인 잣대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추진했던 독자 핵무기 개발 시도가 미국 안보 당국에 강력한 경계심을 심어준 ‘신뢰 균열’ 사태가 출발점이다.

당시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뻔한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한국의 원자력 활동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민감한 핵연료주기 기술 확산을 원천 차단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글로벌 비확산 정책’이 강력하게 맞물리며 통제가 굳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력한 통제망에 묶여 실제 전력화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한국과 수개월이면 끝나는 일본의 아득한 잠재력 격차는, 결국 기술이 아닌 외교적 허용 범위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철저히 통제받는 한국의 안보 딜레마는 당분간 풀기 힘든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