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부풀었는데 “아들 이번에도 미안해”…5월 앞둔 아빠들 ‘눈물’ 짓는 이유

정기휴무 없는 가맹점 17만 개 육박
수익은 줄고 부담은 늘어나
11년 만에 브랜드 수 첫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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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뉴스1

“5월 연휴는 남의 이야기죠. 저희 가게는 그날도 문을 열어야 합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 김 모 씨(42)는 쓴웃음을 지었다.

올해도 아들에게 놀러갈 거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김 모씨. 가게 문을 하루라도 닫으면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벼랑 끝 현실에 놓인 그는 올해도 5월 연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문을 닫으면 그날의 매출은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국내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휴일 없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익으로 압축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10곳 중 6곳 이상이 정기휴무 없이 운영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과 고물가로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쉼 없는 노동, 늘어나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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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연합뉴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정기휴무일이 없는 가맹점은 16만 9364개로 전체 가맹점(27만86개)의 62.7%에 달한다.

특히 편의점은 5만 4828개 중 5만 4392개, 무려 99.2%가 정기휴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커피·비알코올음료점업도 3만 2241개 가맹점 중 2만 6234개(81.4%)가 정기휴무일 없이 운영 중이며, 제과점업도 78.3%가 정기휴무 없이 문을 열고 있다.

피자·햄버거·샌드위치 업종(59.5%)과 생맥주·주점업(56.8%)도 절반 이상이 쉬는 날 없이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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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연합뉴스

영업시간도 상당히 길다. 전체 가맹점의 27%인 7만 2972개 점포가 하루 14시간 이상 영업 중이다.

특히 편의점은 99.7%가 하루 14시간 이상 문을 열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휴식 없이 장시간 일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다.

줄어드는 브랜드, 위축되는 창업 시장

내수 침체와 소비 위축은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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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1만 2377개로 전년보다 0.4%(52개) 감소했다.

이는 공정위가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외식업 브랜드는 9873개로 전년(9934개) 대비 0.6% 줄었다. 특히 치킨(-3.3%), 커피(-4.0%), 피자(-0.4%) 등 대표적인 서민 창업 업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감소세는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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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연합뉴스

가맹본부와 가맹점 수의 증가세도 둔화됐다. 지난해 전체 가맹본부 수는 8802개로 전년(8759개) 대비 0.5% 증가했지만, 전년 7.0%보다는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가맹점 수는 36만 5014개로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정위는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내수경기 회복 지연 및 자영업 경영 여건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상공인보다 나은 매출, 그러나 여전한 어려움

이러한 산업 전반의 어려움 속에서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매출 면에서는 일반 소상공인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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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뉴스1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023년 기준 3억 5000만 원으로 전년(3억 3700만 원)보다 3.9% 증가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소상공인 평균 매출액 2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 대비 14.9% 감소한 것에 비하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매출이 높다고 해서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맹금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실질 수익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임대료,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지난해 말 4157만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4242만 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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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영업자 휴무 / 출처: 뉴스1

한은은 “자영업자의 소득 회복 지연으로 대출 연체율이 취약 차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보상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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