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을 둘러싼 정당성 논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치 기반인 보수표의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자신을 예수에 빗댄 인공지능 합성 사진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이, 가톨릭 보수층의 대규모 이탈 조짐이 보이자 황급히 성경 낭독 행사에 등판하며 진화에 나섰다.
신성모독 역풍에 흔들리는 5천만 보수 기반
외신과 현지 정치권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폴리티코 등 미국의 주요 정치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기행이 치명적인 정치적 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발단은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라온 게시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한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 끔찍하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자신을 예수의 모습으로 묘사한 인공지능 생성 그림을 당당히 게재했다.
이는 즉각적인 역풍을 불러왔다. 미국 내 가톨릭 유권자는 약 5천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같은 핵심 경합주의 승패를 좌우하는 거대한 캐스팅보터 집단이다.
전통적인 가톨릭 보수층 사이에서는 교황에 대한 모욕과 신성모독적 이미지 사용이 선을 넘었다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단순히 스쳐 가는 해프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만약 핵심 경합주에서 중도 성향의 가톨릭 보수 유권자들이 단 10%만 등을 돌려도, 다가오는 선거 지형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화당 내부를 감싸고 있다.
성경 낭독 이면의 꼬여버린 표 단속 타임라인

지지율 폭락의 징후가 감지되자 백악관은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문제의 예수 합성 사진을 소셜미디어에서 조용히 삭제했다.
그리고 며칠 뒤인 19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아메리카 리즈 더 바이블 마라톤 낭독 행사에 구원투수처럼 등장했다.
13일 교황 비난과 이미지 게재로 촉발된 종교계의 분노를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성경 낭독이라는 퍼포먼스로 덮으려는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미리 녹화해 21일에 송출할 구약성경 역대하 7장의 핵심 구절은 미국 복음주의 우파가 극도로 신성시하는 대목이다.

악한 길에서 떠나 회개하면 하나님이 땅을 고친다는 이 구절은, 2021년 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에도 지지자들이 낭독했던 상징적인 문장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행정부 요인들까지 대거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다분히 복음주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계산된 기획이다.
결국 백악관은 이란 전쟁을 비판하는 가톨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강성 복음주의 우파라는 또 다른 종교적 방패를 꺼내 든 셈이다.
종교를 정치와 전쟁의 도구로 끌어들인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수가 흔들리는 보수표를 다시 묶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더 깊은 내상으로 이어질지 미국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