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통신망, 바다 밑에서 확장 중
LS마린솔루션, 해저 인프라 수출 시대 연다
30년 내공으로 글로벌 데이터 고속도로 시공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초거대 AI’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모든 혁신의 실체는 의외로 바다 속에 묻혀 있다. 세계 데이터의 99% 이상이 바닷속을 지나는 광케이블을 통해 오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남해 바닷속 230km, 약 585리에 이르는 구간.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길을 새롭게 뚫는 공사에 한 국내 기업이 참여한다. LS마린솔루션의 이야기다.
AI 시대, 해저에서 시작된다…한국, 글로벌 핵심 주자로 부상
LS마린솔루션은 최근 LS전선과 332억 원 규모의 해저 광통신 케이블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공사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무게는 훨씬 크다.

AI 트래픽과 클라우드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추진하는 해저망 확장 프로젝트의 핵심 일부로 진행되는 인프라 구축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그 중심에 선 셈이다.
해저 케이블은 데이터가 흐르는 고속도로다. 생성형 AI가 하루에도 수조 단위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이 시대엔, 그 고속도로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인지가 곧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빠른 통신망은 단지 편리함을 넘어,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자, 해외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디지털 산업 전반을 키우는 발판이 된다.
이번 사업은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다. 한국이 케이블 수입에 의존하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인프라 시공 역량을 갖춘 ‘공급자’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30년 내공에 AI 바람 탔다…해저망 강자 LS마린솔루션

LS마린솔루션은 KT서브마린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동아시아 해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 간 통신망을 시공해왔다.
복잡한 해저 지형, 거센 조류 속에서도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이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무엇보다 LS전선과의 통합 이후, 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턴키 솔루션’ 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입찰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로 LS마린솔루션은 최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상풍력, 통신망 수요 증가와 함께 수주도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쓰는 유튜브, 클라우드, 해외 서비스들. 그 모든 것이 작동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은 결국 바닷속 광케이블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실체. 지금 한국은 그 기반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는 나라로 도약하고 있다.
바다 아래 묻히는 이 한 줄의 케이블은, 한국이 AI 시대를 지나는 세계 데이터 흐름의 핵심 허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제 막 문이 열렸다. 이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중국산 전선으로 우리바다를 도배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