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던 중학생 B씨의 부모님은 부동산 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불과 열흘 전까지 찜해두었던 아파트 매물들이 거짓말처럼 한꺼번에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매물 수는 가격만큼 중요하다. 고를 수 있는 집이 줄어들면 살 사람의 협상력이 약해지는데, 최근 세금 제도가 바뀌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심해졌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다시 시행되자마자 서울 아파트 매물은 열흘 만에 3,600건 넘게 급감했다. 이는 1,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3~4곳이 통째로 사라진 것과 같다.
강남과 인기 지역부터 매물이 감췄다
매물 감소는 서울에서도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특히 서초구의 아파트 매물은 무려 11.6%나 줄어들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재건축 기대감과 좋은 학군이 몰린 인기 지역일수록 집주인들이 당장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결과이다. 한강 주변의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인기 지역도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파는 집이 귀해지자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31%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고, 강북이나 강서 등 비강남권 인기 지역도 함께 오름세를 기록했다.
세금 정책이 바꾸는 공급의 법칙
양도세 중과는 집을 팔 때 세금을 많이 내게 만드는 제도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비싼 세금을 내고 집을 파느니, 차라리 세금을 감수하고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집을 쥐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며 집을 내놓으라고 유도해도, 집주인들이 버티면 시장 공급량은 줄어든다. 이처럼 세금 정책 하나가 시장에 풀리는 아파트 숫자를 바꾸는 강력한 원인이 된다.

이 변화는 집을 사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매매 가격이 계속 오르면 불안해진 일부 세입자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전세를 끝내고 집을 사는 매수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반대로 돈이 부족한 가구는 전세 시장에 남아야 하므로 전세 수요가 밀려들게 된다. 결국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면 매매와 전세 시장이 동시에 조여들며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생긴다.
숫자보다 매물의 흐름을 봐야 한다
정부의 의도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시장에 내놓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 믿는다면 세금 부담을 지고서라도 끝까지 팔지 않고 기다린다.
결국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집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 파는 것이 이득이다’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대출 규제 속에서 매물이 줄어든 채 수요가 몰리면 집값은 빠르게 반응한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뉴스에 나오는 평균 상승률 통계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동네의 신축 아파트나 학군 좋은 단지의 매물이 실제로 늘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물 3,600건 감소는 세금 하나가 수천 명의 행동을 바꾸고 시장을 뒤흔든 결과이다. 서울 집값의 미래를 보려면 호가보다 매물이 실제로 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