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 공군은 캐나다 북부의 북극 레이더 시설을 보수하는 4,000만 달러(약 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신형 레이더를 대거 들여오는 사업은 아니지만 안보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북미 방공망에서 가장 먼저 뚫릴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거리 레이더를 보호하는 둥근 지붕인 ‘레이돔’을 교체하는 일이다.
1990년대 초 설치된 이 구조물은 30년 넘게 강풍과 눈보라, 극심한 결빙에 노출되어 심하게 낡았다. 레이더가 멀쩡해도 보호막인 돔이 망가지면 전파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다.
북극 경보망은 냉전의 유물 같지만, 낮게 날아오는 순항미사일 시대에는 오히려 아주 긴급한 장치이다. 멀리 보는 장거리 레이더는 지평선 너머 낮게 나는 미사일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구간을 촘촘하게 메워주는 단거리 레이더망을 관리하는 것이 영토 방어의 기본이 된다.
북극은 더 이상 빈 공간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북극은 러시아에서 북미 대륙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지름길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항로가 열리고 미사일과 잠수함 활동이 늘면서 핵심 요충지가 되었다.
북극해는 이제 조용한 얼음판이 아니라, 적의 공격을 가장 먼저 감시해야 하는 최전방 방어선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첨단 위성을 준비하면서도 이 낡은 시설을 고치는 이유이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눈보라 속을 24시간 지키는 고정 레이더를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전쟁에서는 가장 오래된 장비가 전장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미래 감시망으로 가는 과도기

이번 레이더 보수는 미래형 차세대 감시망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까지 안보 빈틈을 메우는 과도기 전략이다. 위성 감시망이나 신형 초수평선 레이더는 실전 배치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산 문제로 개발이 늦어질 수도 있기에, 신무기가 완성될 때까지 기존 경보망으로 시간을 버는 셈이다. 또 다른 변수는 기후 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면서 인간의 활동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군용기와 함정뿐 아니라 상업용 선박과 연구선이 이 좁은 북극해를 과거보다 훨씬 자주 지나간다. 따라서 적을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민간 선박과의 오인 충돌을 막는 상황 파악이 중요해졌다.
낡은 레이돔을 교체하는 정비 사업이 사실은 북미 방공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국가적 전략인 이유이다. 북극 방어의 핵심은 화려한 미사일 격추보다 적을 몇 분이라도 먼저 발견하는 조기 경보이다.

먼저 보는 능력이 있어야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대피할 판단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늘을 감시하는 낡은 돔들이 북미 대륙을 지키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