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 급락 충격
中 CATL 37.9%로 1위 굳건
기술·가격 모두 밀리는 韓 기업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도 앞서가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기업 성장세 지속, 국내 3사 점유율 하락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총사용량은 504.4GWh로 작년 동기보다 37.3%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에 탑재된 배터리를 모두 합한 수치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세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6.4%로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7.9% 증가한 190.9GWh를 기록하며 점유율 37.9%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BYD는 58.4% 성장한 89.9GWh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차지했다. CALB(4위), 고션(7위), EVE(9위), SVOLT(10위)를 포함해 중국 업체 총 6개 기업이 점유율 10위 안에 들었다.
중국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가속화, 국내 업계 긴장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반고체’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도 속도를 내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스볼트 에너지는 올해 4분기부터 140Ah 용량의 1세대 반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2027년 본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파라시스 에너지도 지난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파일럿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 BYD는 최근 자사 인기 모델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해 도로 주행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점유율 하락에 이어 기술력 격차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SK온은 2026년 말까지 반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며,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 전고체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국내 기업에 기회 될까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에 내년부터 58.4%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ESS 배터리는 중국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 관세 여파로 국내 업체가 유리해졌다”면서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한다면 충분히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점유율 하락과 기술 격차 확대라는 위기에 직면한 국내 배터리 산업이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변수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