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90년대는 옛말? “더 이상은 못 버텨”…34년 만에 업계 ‘초비상’

시멘트 출하량, 34년 만에 붕괴 위기
주택 착공·인허가 줄며 수요 급감
하반기 반등 기대도 ‘기저효과 착시’
시멘트 출하량 붕괴 위기
출처: 연합뉴스

국내 시멘트 산업이 30년 넘게 지켜온 상징적인 숫자, 연간 4천만 톤 출하량이 올해 처음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시멘트 출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8% 감소했으며, 3월 역시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수치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올해 전체 출하량이 4천만 톤을 밑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멘트 출하량이 이 수치를 밑돈 것은 1990년대 초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시멘트 출하량 붕괴 위기
출처: 연합뉴스

특히 1996~1997년에는 연간 6천만 톤을 넘기며, 국내 건설경기의 절정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길, 198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하반기 반등? 착시일 뿐…“진짜 회복은 아직 멀었다”

시멘트 수요가 급감한 이유는 명확하다. 건설 현장에서 아예 ‘쓸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택 분양, 인허가, 착공 같은 선행 지표들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시멘트 수요 감소로 직결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대비 11.5%, 착공은 25%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지 않는 한 출하량 회복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멘트 출하량 붕괴 위기
출처: 연합뉴스

일부에선 하반기에 출하량 감소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올해 수치가 상대적으로 덜 나빠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지는 속도가 둔화되는 것일 뿐”이라며, 섣부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멘트 산업은 건설 경기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출하량 급감은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등일 수 있다.

공급과잉, 수요 위축, 경기 침체가 얽힌 현재의 흐름 속에서, 시멘트 업계는 물론 건설산업 전반에 걸쳐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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