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소기업 도산 1만 건 돌파
워라밸 선호하는 젊은 층 늘어나
기업들 변화에 발맞추려 노력

“회사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시대는 지났다.” 한때 평생직장으로 불리며 직원들의 충성심으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들이 큰 위기를 맞았다.
2024년 일본의 기업 도산이 1만 건을 넘어서며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의 연이은 도산, 그 뒤에는
14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일본의 기업 도산 건수는 1만 4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의 8천690건보다 15.1% 증가한 수치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집계 결과, 도산한 기업의 75.8%가 종업원 5명 미만의 영세 기업이었다.
전문가들은 엔저로 인한 비용 상승과 심각한 인력난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의 영세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인재 채용난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달라진 젊은 세대, 기업도 변화 불가피
일본 직장인들의 근무 패턴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리크루트 웍스 연구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2000년 46.4시간에서 현재 38.1시간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Z세대로 불리는 20대 초반 직장인들의 가치관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거부하고, 개인의 성장과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야근은 비효율의 상징”이라며 정시 퇴근을 당연시하고, 주말 출근이나 긴급 업무 지시에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업들의 생존 전략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한 기업들은 젊은 세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무적인 회식 문화를 줄이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한편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기업문화 혁신이 생존의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IT기업 A사는 최근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으며, 출퇴근 시간을 완전 자율화했다. 또한 연차 사용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성과만 달성하면 근무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일본 기업문화의 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안정성과 급여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기업문화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며 “앞으로 5년이 일본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들이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신고용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이직이 활발해지고,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도산과 실업 문제는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