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굵직한 큰손인 애플이 오랜 관행을 깨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급망을 전면 재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과 맥에 들어가는 핵심 칩 생산을 사실상 전량 대만 TSMC에 맡겨왔던 애플이 대안을 찾기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이라는 초대형 고객의 막대한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뉴욕 증시에서는 관련 파트너로 지목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관련 업계와 증권가가 즉각 요동쳤다.
대만 독점 깬 애플의 ‘진짜 속사정’
애플이 굳건하게 유지해 온 TSMC와의 끈끈한 동맹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 이유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와 지정학적 위기감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건립 붐으로 첨단 공정의 생산 여력이 빡빡해진 데다, 애플 자체적으로도 AI 기능을 탑재한 기기 판매가 늘면서 칩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만이라는 단일 국가에 위치한 특정 업체의 생산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안전하게 감당하기 어렵다는 뼈아픈 진단이 내부에서 내려진 셈이다.
이에 애플은 1차적으로 미국 내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잠재적 대체 파트너를 본격적으로 저울질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만 가져와도 3조 5천억 ‘잭팟’
업계에서는 이번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체급을 뒤집을 만한 거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약 60%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약 7%대 점유율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구도다.
반도체 분석 기관 등에 따르면 애플은 한 해 동안 파운드리에만 약 2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절대적인 큰손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이 거대한 물량 가운데 단 10%만 수주해도 연간 약 3조 5,000억 원이라는 추가 매출을 단숨에 올리게 된다.
만약 안정적인 수율을 증명해 수주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 규모는 무려 7조 원 수준으로 불어나며 삼성 파운드리의 수익성 구조를 완전히 탈바꿈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조 단위의 단기 매출 증가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서운 파급력은 애플 물량 수주가 가져다줄 압도적인 상징성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품질 요구 조건이 깐깐하고 칩 수율에 민감한 애플이 삼성의 최첨단 공정에 핵심 칩을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서는 최고의 신뢰도 인증 마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주문을 망설이던 퀄컴, AMD, 테슬라, 구글 등 다른 대형 팹리스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레퍼런스가 되어 한국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생태계 전체의 연쇄적인 낙수효과를 부를 전망이다.
다만 시장의 장밋빛 기대와 달리, 실패를 극도로 꺼리는 애플의 특성상 초기에는 구형 칩이나 일부 보조 물량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신중한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