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확 바뀌는 직장 풍경? “월 140만원 드립니다”…벌써부터 문의 폭주

야근 대신 가족과 저녁
퇴근 시간 앞당기니 성과도↑
중소기업도 변화의 주역으로

세 살 아이를 키우며 3시에 퇴근하는 남성 직원, 암 투병 중인 어머니 곁을 지키기 위해 재택근무를 택한 워킹맘, 회사를 ‘두 번째 가족’이라 부르는 사회초년생까지, 이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고용노동부는 9월 3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일·생활 균형 수기·영상·캐릭터 공모전’ 시상식을 열었다.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총 152편의 응모작 중 21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이 가운데 기업 문화와 조직 효율을 동시에 바꿔낸 사례들이 주목을 끌었다.

이번 공모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워라밸’이 개인의 행복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정부는 내년부터 관련 제도에 대한 예산과 지원을 대폭 확대해, 일·생활 균형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행보에 나선다.

삶이 있는 일터, 성과로 돌아오다

시차 출퇴근제와 집중근무제를 도입한 중소기업 ㈜진인프라가 수기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일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대표의 결단 아래, 유연한 근무 환경이 정착되며 회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는 줄고, 정시 퇴근이 일상이 됐다. ‘수요일 패밀리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팀장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진 워킹맘 선배, 디지털 기반의 업무 혁신까지. 지난 3년간 고용은 20% 가까이 늘었다.

최우수상 수상자인 조재민 씨는 ‘3시에 퇴근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과감히 활용하며 회사 안팎에서 모두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회사에서는 “시간을 앞당겨 일의 효율을 높인 사례”라며 유연근무를 전사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소기업도 변화의 주역으로

이번 수상작 중에는 규모나 업종을 막론한 다양한 기업들의 도전이 눈에 띈다.

한 스타트업은 고용노동부의 컨설팅을 통해 주 1회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 반려동물 애도휴가까지 도입하며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거듭났다. 직원들은 “더 오래 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저녁이 있는 삶 속에서 업무 몰입도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차 제공 의무가 없는 5인 미만 소기업조차도 유연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법이 기준이 아니라 사람이 기준”이라는 철학 아래, 직원들의 컨디션에 따라 자율적인 휴식과 업무 조정을 지원한다. ‘작아서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 김소율 씨는 낯선 도시에서의 외로움을 ‘회사’라는 울타리로 이겨냈다. 본부장의 제안으로 유연근무를 시작했고, 요가·야구 동호회·자기계발 시간을 가지며 삶의 균형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가 준 건 시간이 아니라 존중이었다”고 말했다.

제도만큼 중요한 건 실행

고용노동부는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제도가 단지 존재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예고했다.

2026년부터는 대체인력 지원금이 월 최대 130만원(30인 미만 기업 140만원)으로 인상된다. 육아휴직 업무분담 지원금 역시 2배로 확대된다. 특히 ‘육아기 10시 출근제’, ‘주 4.5일제 도입 기업 지원’ 같은 신규 사업도 추진된다.

조정숙 고용지원정책관은 “청년 세대 역시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라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제도를 몰라서, 혹은 복잡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현장 중심의 설명회와 맞춤형 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모전 수상작은 웹툰과 SNS 캐릭터로 제작돼, 더 많은 국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제도를 알리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사람이 기준”이라는 한 문장의 울림이, 오늘도 누군가의 퇴근길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든다.

일터에서의 행복이 곧 삶의 질이라는 이 단순한 진실이, 이제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