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황금 보물’ 다 모였다”…’공짜’로 풀더니, 80년 만에 “역대급 구름 인파”

국립중앙박물관 80년 만에 500만 돌파
K-컬처 열풍에 외국인 발길도 급증
AI·이순신 특별전으로 새 도약 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 용산의 넓은 전시동을 가득 메운 인파는 단순한 ‘문화 명소의 인기’ 그 이상이다. 한국 문화의 현재와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500만 돌파’ 국립중앙박물관, 이제는 루브르와 경쟁한다

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15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약 501만 6천 명. 개관 80년 만의 첫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었고, 외국인 방문객도 20만 명에 육박했다. K-컬처 확산과 함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결과다.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맞물린 8월에는 하루 평균 2만 8천 명이 몰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류’가 이제 드라마나 음악을 넘어 문화유산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관람객 규모는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도 견줄 만하다. 루브르, 바티칸,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 테이트 모던 등 세계 ‘톱5’ 박물관이 연간 400만~800만 명대를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성장은 놀랍다.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을 포함하면 올해 총 방문객이 1천만 명을 넘어 프로야구 관중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돈값 하는 전시’로 재탄생… 박물관의 품격이 달라졌다

관람객 증가의 배경에는 전시 품질 향상이 있다. 상설전은 무료지만 특별전은 성인 기준 1만 원가량으로 유료다. 지금은 국보순회전 특별전도 함께 열려 보문동 합장분 금귀걸이를 비롯한 10건 26점의 국보급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

과거엔 가격 대비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최근 ‘지도예찬’, ‘대고려전’, ‘오백나한전’, ‘실경산수화전’ 등은 “돈값 하는 전시”로 호평받았다. 무료 안내 앱과 고속 충전 서비스, 디지털 가이드 기기 등 편의시설도 업그레이드됐다.

10월 말 개관 20주년을 맞아 박물관이 또 한 번 변신한다. AI와 디지털 기술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보존과학센터’가 문을 열고, 광복 80주년 기념 이순신 특별전, 이슬람 예술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리먼 컬렉션 전시가 차례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더 이상 조용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문화의 광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K-컬처의 확산과 함께 한국의 문화공간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펼칠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