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드디어 칼 빼들었다”, “이제 더는 못 봐줘”…눈살 찌푸리는 상황에 결국

청년 아닌데 ‘청년 할인’…눈살 찌푸린 순간
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 5개월 새 4천건 적발
서울시, 경고음·과태료 강화로 정조준 나섰다
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
출처 : 연합뉴스

“나이 좀 있어 보이셨는데 ‘청년 할인 대상 카드입니다’ 뜨더라고요.”

직장인 박모 씨(32)는 지하철 충전기 앞에서 앞사람이 기후동행카드를 충전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런데 화면에 뜬 문구가 눈에 걸렸다. “청년 할인 대상 카드입니다”라는 안내가 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냥 지나치려다가도, 뭔가 씁쓸하더라고요. 누가 봐도 청년은 아니셨거든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박 씨는 “이런 식이면 제도 자체가 흔들릴까 걱정돼요”라고 덧붙였다.

‘무제한 교통복지’의 그늘… 기후동행카드, 편법이 틈타다

한 달 6만 원 남짓만 내면 지하철과 버스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교통카드가 있다. 이름도 다정한 ‘기후동행카드’.

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가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친환경 이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이 제도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시민들에게 빠르게 퍼졌다.

하루 평균 85만 명이 사용하는 이 카드의 등장은 그 자체로 도시 교통정책의 변곡점이었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 시도에도 허점은 있었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한 정책이, 곧 누군가의 편법이 되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기후동행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3,950건이나 적발됐다.

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
출처 : 연합뉴스

작년 같은 기간 고작 11건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의 360배에 달하는 증가세다. 단속 인력과 시스템을 늘리며 본격적인 감시에 나선 결과다.

부정사용의 패턴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청년 요금제가 적용된 카드를 부모 세대가 사용하거나, 한 장의 카드를 여러 명이 돌아가며 쓰는 식이다.

마치 하나의 넷플릭스 계정을 온 가족이 공유하듯, 실명 기반 시스템임에도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안일한 인식이 부정사용을 키워왔다.

결국 몇 천 원 아끼겠다고 만든 작은 틈이, 정책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균열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청년할인’ 경고음에 인센티브까지… 서울시의 강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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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에 최근 서울시는 대응에 나섰다. ‘청년할인’ 음성 안내를 개찰구에 추가해 눈치 없는 오용을 줄이고, 단속 실적이 높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며 내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부정승차 과태료를 현재 운임의 30배에서 50배로 높이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술적 차단 장치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증상을 억누르는 처방일 뿐, 원인을 제거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비 절감과 탄소중립이라는 정책적 대의는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공동체를 위한 시스템일수록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이 된다.

더 많은 시민이 정책의 취지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신뢰를 쌓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든 결국 ‘편법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교통정책의 보완을 넘어서, 공공 자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자체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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