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 조치, 대북 ‘비상사태’ 연장
편지 대신 채찍… 유화 대신 압박에 방점
높아진 문턱, 북미 협상 판도 다시 흔든다

미국의 대북 국가비상사태가 또다시 1년 연장됐다. 2008년 이래 해마다 반복된 결정이지만, 이번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내려진 첫 공식 조치라는 점에서, 이는 행정 절차를 뛰어넘어 대북 외교의 기조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신호탄으로 읽힌다.
편지와 악수는 사라지고… 트럼프 2기의 ‘채찍 외교’
불과 몇 년 전, 트럼프의 대북 외교는 파격 그 자체였다.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공언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주고받았다며 개인적 친밀감을 과시했다.
그 말처럼 그는 2018년과 20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세 차례의 역사적 조우를 가졌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행보였고, 정상 간의 개인적 유대를 통해 북핵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는 ‘최대 압박’이라는 또 다른 축이 굳건히 작동했다.
“화염과 분노”와 같은 험악한 언사를 쏟아내면서 전방위적 제재의 고삐를 죄었다. 매년 어김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한 것 역시 이 전략의 핵심이었다.
겉으로는 악수를 청하면서도, 뒤로는 제재라는 채찍을 놓지 않았던 ‘양날의 외교’가 모순처럼 공존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2기 행정부의 첫 페이지는 전혀 다른 필체로 쓰였다. 더 이상 “친구”라는 단어는 들리지 않고, 친서나 회담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첫 공식 메시지는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국가안보에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라는 냉정한 선언이었다. 과거와 같은 유화적 수사 없이 곧장 채찍을 꺼내 든 셈이다.
비상사태 연장 그 너머… 높아진 문턱, 무거워진 협상 테이블
이번 조치는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 행위가 아닌, 트럼프 2기 외교의 정책적 닻을 내리는 행위다.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파격적인 접근 대신, 원칙에 기반한 압박 프레임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북중러의 전략적 밀착이 노골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제재의 연대를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근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표현하고 관철하는 방식은 한층 더 단호하고 건조해졌다.
따라서 이번 ‘연장’ 결정은 과거의 관성을 답습하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트럼프 2기 대북 전략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첫 번째 방향타다.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그 문턱은 전보다 확실히 높아졌고, 테이블의 공기는 한층 무거워졌다. 이제 양측 모두에게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