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동해안과 북중 접경 지역에 위치한 핵심 공항 3곳의 활주로를 잇달아 뜯어고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갈마해안관광지나 삼지연 등 관광 인프라 확충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민간 항공 수요가 사실상 전무한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다분히 전시 공군 작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중 포석’으로 분석된다.
90도 꺾기 버리고 ‘경사형 유도로’ 택한 진짜 이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가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랩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최근 원산 갈마국제공항, 신의주 인근 의주 공군기지, 삼지연 공항 등 3곳에서 활주로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3곳 모두 활주로에 ‘경사형 유도로(Angled Taxiway)’를 새로 설치하거나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북한의 군용 비행장들은 대부분 활주로에서 직각(90도)으로 방향을 꺾어 빠져나가는 구형 출구 구조를 유지해 왔다. 직각 유도로의 경우 착륙한 항공기가 활주로 위에서 시속 15km 이하로 속도를 대폭 줄여야만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반면 이번에 신설되는 경사형 유도로(고속 탈출 유도로)를 적용하면 착륙 직후 시속 80km 이상의 빠른 속도를 유지한 채 곧바로 활주로를 벗어날 수 있다. 이는 항공기의 활주로 점유 시간(ROT)을 30% 이상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결과를 낳는다.
단순한 편의 개선을 넘어, 전시 상황에서 군용기들의 이착륙 간격을 최소화해 단시간 내에 더 많은 전투기를 띄우고 회수할 수 있는 ‘연속 출격(Sortie)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군사적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셈이다.
3,000m 연장된 활주로, 북러 대형 물류길 열리나
군사적 목적은 활주로 연장 공사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신의주 인근 의주 공군기지는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기존 2,500m였던 활주로 길이를 3,000m 수준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산 갈마국제공항 역시 기존 3,500m, 3,120m 길이의 교차 활주로 구간을 정비 중이며, 삼지연 공항도 3,300m 활주로에 유도로를 추가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량 전투기 운용에는 2,500m 활주로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활주로가 3,000m 이상으로 확장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군사적 의미를 지닌다.
만약 의주 기지 등의 3,000m급 활주로가 본격 가동될 경우, 무장과 연료를 최대로 적재한 중대형 폭격기의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해진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에 동원되는 IL-76 같은 초대형 군사 수송기들이 제약 없이 뜨고 내릴 수 있는 물류 거점이 확보된다는 점에 안보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북러 간의 대규모 군사 물류 수송과 병력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광 활성화라는 겉포장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활주로 개조 작업이, 향후 한반도 유사시 북한 공군의 작전 반경과 출격 빈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 군 당국의 면밀한 추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